라면 먹는 저녁
이상국
섭섭한 저녁이다
썰렁한 어둠을 앉혀놓고
눈 내리는 고향을 생각한다
마른 수국대궁에도 눈은 덮였겠지
고만고만한 지붕 아래서 누가 또 쉬운 저녁을 먹었는지
치킨 배달 오토바이가 언덕배기를 악을 쓰며 올라가고
기운 내복 같은 겨울 골목
주황색 대문집
페이스북으로
이름만 아는 여자가 나를 찾아왔다
머리에 눈을 이고 왔다
어디선가 다들 외로운 모양이다
산간 지방엔 폭설이 내린다는데
쓸데없이 섭섭해서
밥은 늘 먹는다고
저녁에 라면을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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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만큼 허술한 것이 없어.
튼튼한 팔다리도, 날카로운 발톱도, 단단한 뿔도,
뾰족한 이빨도, 예민한 감각도 없으니.
사랑만큼 허술한 것도 없어.
죽자사자하는데 따져보면
줄 것도 변변치 않고, 받을 것도 별로 없는.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그렇다고.
허술한 난간에
홑겹 쌓인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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