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먹은 나뭇잎
이생진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 잎에 벌레 구멍이 뚫려서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은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은 잘못인 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 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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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타게 허위허위 손짓 하던 아버지의 모습에 잠을 깼다.
잠에서 깨어 아침 햇살을 볼 수 있음이 눈물 나게 고맙다.
이제 내가 영영 눈을 뜰 수 없어
내 아이들과 생이별을 해야한다는 생각에
떨치지 못하는 가위눌림을
어떻게든 이겨보고자 밤새 허위적거렸던가 보다.
온 몸이 아팠다.
버려진 아이는 늘 아비를 원망했다.
제 살길을 꾸리느라 아이들조차 돌보지 않았던 아비는 아마도
속으로만 저렇게 허망한 손짓으로 아이들을 꾸렸을 것이다.
그 마음을 이제 조금 이해하려 한다.
먹여 살리기 위한 흔적은 아름답기 그지없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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