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는 떠나리라
김종해
바람부는 날 떠나리라
흰 갓모자를 쓰고 바삐 가는 가을
궐(闕) 안에서 나뭇잎은 눈처럼 흩날리고
누군가 폐문에 전생애를 못질하고 있다
짐(朕)의 뜻에 따라
가야금 줄 사이로 빠져나온 바람은 차고
눈물이 맺혀 있다
떠나야 할 때를 알면서
짐(朕)이 이곳에 머뭇거리는 것은
아직 사랑할 일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아직 그리워할 일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흐르는 물이 가는 길을 탓하지 않으며
손금 사이로 흘는 일생을 퍼담는다
슬픔이 있을 것 같은 날을 가려
이 가을에는 떠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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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시리도록 푸른, 먼
가을 하늘
어디론가 무리지어 날아가는
새들의 날갯짓은
번거롭기만 하고
갈바람은
자꾸만 눈물이
흐르더라고 전한다.
쉽게 떠나보낸 사랑을, 내 사랑을
그렇게 따라 보낸 마음을, 내 마음을
갈바람은
자꾸만 눈물이 또
흐르더라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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