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당기행
이수인
기차에 오르며
멀리 흰 종이꽃 눈물처럼 달고 가는
아침 상여를 보았다.
아직 길 떠나기에는 이른 새벽,
서둘러 길을 나선 저 서운 생애는
또 무엇이 되려고 어디로 가는 것일까.
강물처럼 출렁이는 기차,
기차처럼 흔들리는 강물에
늦가을 마른 풀잎 같은 나를 싣고 예당 가는 길
남평, 앵남, 증주 그리고 삭정, 이양 …
들꽃 이름을 닳은 마을들을 스쳐
덩치 큰 미루나무 줄지어 선 보성을 지나
예당에 이르면
빗장 풀린 그리움들 확 쏟아져
흐린 안개되어 길을 막는다.
기차는
철길을 놓으며 떠나고
말없이 먼 길 따라오던 산맥들 바라보며
나는 문득,
산 같고 강물 같던 그 사내,
찔레꽃처럼 수줍고 아린
스무살 어귀의 내 첫사랑을 생각했다
그리움은 언제나
제 가슴 태우며 번지는 들불처럼
먼 길 떠나와 이젠 아득해져 버린 벌판 위에
나를 혼자 세워두곤 하고,
키 작은 옥수수밭 지나
찬찬히 길 내어주며 이루는 숲 위로
소쩍새며 뻐꾸기들
손풍금 소리처럼 쓸쓸하게 울며 날아가는데,
지독한 안개로도 다 지우지 못한 지나간 시간들
나는 작은 배에 실어 떠나보낸다.
........................................................................
넉넉히 여비 챙겨 나섰던 길이 있었나?
아무런 준비없이 떠밀리듯 나선
길 위에서
이유도 없이 눈물 나도록 서러웠던,
그렇게
정신없이 멀어져 가는 철로 위에
한없이 굵은 눈물 흘렸던
푸르디 푸른
어느 늦은 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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