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생각


                  이시영


어머니 앓아누워 도로 아기 되셨을 때
우리 부부 외출할 때나 출근할 때
문간방 안쪽 문고리에 어머니 손목 묶어두고 나갔네
우리 어머니 빈집에 갇혀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돌아와 문 앞에서 쓸어내렸던 수많은 가슴들이여
아가 아가 우리 아가 자장자장 우리 아가
나 자장가 불러드리며 손목에 묶인 매듭 풀어드리면
장난감처럼 엎질러진 밥그릇이며 국그릇 앞에서
풀린 손 내미시며 방싯방싯 좋아하시던 어머니
하루 종일 이 세상을 혼자 견딘 손목이 빨갛게 부어 있었네
........................................................................................
 
생전 울리지 않던 전화가 이른 아침에 운다.
아들, 생일 축하해.
생일은 내일이에요.
오늘이 28일 아녀?
내일이에요.
...

내가 요즘 정신이 없어. 별 일 없지?
그냥 그렇죠 뭐.
지금이 너 낳은 시간이여.
너 낳고 웃을 일이 많았지.
아침 챙겨 먹어.
네.
전화를 끊었다.
고맙다는 말을 할 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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