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김기림


나의 소년시절은 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상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푸른 하늘 빛에 호져 때없이 그 길을 넘어
강가로 내려갔다가도 노을에 함북 자주빛으로 젖어서 돌아오곤 했다.


그 강가에는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나의 나이와 함께 여러 번 댕겨갔다.
가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도 떠나간 다음에는
누런 모래둔과 그러고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서 몸서리쳤다.
그런 날은 항용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 난지를 모른다는 동구 밖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가 돌아올 것만 같애 멍하니 기다려 본다.
그러면 어느새 어둠이 기어와서 내 뺨의 얼룩을 씻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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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도 죽음도 자연의 한조각일뿐인 것...

만남도 그리고 헤어짐도 그저

집어들었다 놓은 조약돌 같은 것...

흐르는 시간도, 흘러간 옛 이야기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고

마냥 흘러가버려서 매양 잊혀지는 것...

잠시도 서서 쉴 곳 없는 삶의 길을 하염없이 걷다가

저 모퉁이를 돌면 멈춰질까 싶어

또 걷다보면 이어지고 또 그렇게 흘러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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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윤동주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어버렸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 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

 

서시(序詩)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와 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 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천재시인 윤동주 님의 시 입니다.


주옥같은 한마디 한마디의 그의 말을 따라가다 보면,
골목한 모퉁이에서 인생을 만나고 사랑을 만나고

영혼을 만나고 별을 만납니다.
그리고 오늘 밤에도 생각에 잠깁니다...


맑은 영혼의 노래를 듣습니다...
두고 두고 내 귓전을 맴돌아
영원히 잊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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