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만 사랑노래


                                  황동규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가득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땅 어디에 내려앉지 못하고
눈 뜨고 떨며 한없이 떠다니는
몇송이 눈
.................................................................

봄이 지척인가 싶었는데
아침부터 묵직하게 내려앉은
허공 따라
팔랑팔랑
가볍디 가볍게
봄 눈이 날린다.


하늘과 땅 사이를 맴돌며
언제까지나
바닥에
내려앉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이제 이별하자는가?
바닥에 내려앉은
흔적조차 말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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