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나희덕
나는 무엇으로부터 찢겨진 몸일까
유난히 엷고 어룽진 쪽을
여기에 대보고 저기에도 대본다
텃밭에 나가 귀퉁이가 찢어진 열무잎에도 대보고
그 위에 앉은 흰누에나방의 날개에도 대보고
햇빛 좋은 오후 걸레를 삶아 널면서
펄럭이며 말라가는 그 헝겊조각에도 대보고
마사목에 친친 감겨 신음하는 어린 나뭇가지에도 대보고
바닷물에 오래 절여진 검은 해초 뿌리에도 대보고
시장에서 사온 조개의 그 둥근 무늬에도 대보고
잠든 딸아이의 머리띠를 벗겨주다가 그 띠에도 슬몃 대보고
밤늦게 돌아온 남편의 옷을 털면서 거기 묻어온
개미 한마리의 하염없는 기어감에 대보기도 하다가
나는 무엇으로부터 찢겨진 몸일까
물에 닿으면 제일 먼저 젖어드는 곳이 있어
여기에 대보고 저기에도 대보지만
참 알 수가 없다
종소리가 들리면 조금씩 아파오는 곳이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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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마다 추를 달 일은 아니다.
말은 그저 말일 뿐...
실은 말에 무게를 다는 건 결국 나인데...
빠져 나오려 허우적거릴수록
자꾸만 빠져드는 생각의 늪에서
그 사소한 말에 묵직한 추를 줄줄이 매단 것은
결국 나였음을...
있는 사실만 생각하고
보이는 것만 얘기하자고
단단히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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