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비록 우리가 가진 것이 없더라도
바람 한 점 없이
지는 나무 잎새를 바라볼 일이다
또한 바람이 일어나서
흐득흐득 지는 잎새를 바라볼 일이다
우리가 아는 것이 없더라도
물이 왔다가 가는
저 오랜 썰물 때에 남아 있을 일이다
젊은 아내여
여기서 사는 동안
우리가 무엇을 가지며 무엇을 안다고 하겠는가
다만 잎새가 지고 물이 왔다가 갈 따름이다
..........................................................

내 마음이 다만 괴로울 뿐이었다
맑은 날이 있고
흐린 날이 있고
비바람 몰아치다
말짱하게 갠다
오늘따라 자꾸만 마음이
모래성마냥 무너져


단지 내 마음이 괴로울 뿐이었다
눈물인지 땀인지
다 뒤섞여 흠뻑 젖을 때까지
뛰고 또 뛰었다.
오늘따라 자꾸만 마음이
모래성마냥 무너져


내 마음이 다만 괴로울 뿐이었다
사는 게 좋으냐?
그렇다면 툭툭 털고 살 일이라고
부지런히 땀 흘리며 살 일이라고
자꾸만 혼자 중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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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eksandr Sergeevich Pushkin (1799-1837)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마라
설움의 날을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고야 말리니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언제나 슬픈 것
모든 것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또 다시 그리움이 되리라

....................................................................

얼마나 저렇게 심장만 뛰고 있게 될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든 게 불안하고 두렵다.
이제 좀 잘 살려나 기대했었는데...


남겨진 사람들의 몫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가혹한 현실.
어느날 무심코 떠나는 자,

이유없이 남겨진 자에게 모두...


어쨌든 다시는 볼 수 없을지 모르기에
얼굴이라도 한 번 봐야겠다.


이별이 잦아졌다.
이제 곧 이별을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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