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오탁번


이제는 친구들을 만나는 일이
그전 같지 않아
삼겹살 곱창 갈매기살 제비추리
두꺼비 오비 크라운
아리랑 개나리 장미 라일락
비우고 피우며 노래했는데
봄 여름 지나 가을 저물도록
얼굴 한 번 못 보다가
아들 딸 결혼식장에서나
문상간 영안실에서나
오랫만에 만나 인사를 나누지
오늘 헤어지면 언제 또 만날까
영영 오지 않을 봄을 기다리듯
다 헛말인 줄 알면서도
자주 자주 만나자
약속하고 헤어지지
그래그래 마음으로야
좋은 친구 자주 만나
겨울강 강물소리 듣고 싶지만
예쁜 아이 착한 녀석
새 식구로 맞이하는
아들 딸 결혼식장에서나
그냥 그렇게 또 만나겠지
이제 언젠가
푸르른 하늘 노을빛으로 물들고
저녁별이 눈시울에 흐려지면
영안실 사진틀 속에
홀로 남아서
자주자주 만나자고
헛 약속한 친구를
그냥 물끄러미 바라보겠지
다시는 못 만날 그리운 친구야
죽음이 꼭 이별만이랴
이별이 꼭 죽음만이랴

...................................................

언젠가부터 만나는 일보다 헤어지는 일이 잦아졌다.
다음엔 꼭 만나자 약속하던 손길이
마지막 온기였던 적도 있다.


이젠 그런 헛 약속이 더 많아지겠지.
그래도...
또 만나자 약속을 하지 않고 돌아서서는 안되겠지.
그러면 더 서운하겠지.


보고 싶을 때면
언제든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명시 감상 4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문재... 마음의 오지  (0) 2012.04.24
문태준... 산수유나무의 농사  (0) 2012.04.12
박후기... 사랑의 물리학  (0) 2012.04.03
정지용... 유리창  (0) 2012.03.16
박완호... 들꽃 여관에 가 묵고 싶다  (0) 2012.03.12

 

 

작년 할머니가 떠나신 후,

이사를 했고, 주변엔 여러 일들이 참말 많았다.

그 중, 유난히 가까운 사람들과의 이별이 많았다.

 

이제 우리가 그럴 나이가 되었나 싶기도 한데...

어쨌든 계속되는 갑작스런 이별은 그때마다 마음을 아프게 한다.

 

며칠 전 13년 동안 불편한 몸으로 버텨오시던 외삼촌이 끝내 돌아가셨다.

외숙모와 사촌들에게 '그동안 애쎴다고, 고맙다고...'

그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한동안 너무 뜻하지 않은 이별이 많았다.

우리 모두 어차피 언젠가는 영영 만나지 못하고 헤어지게 되겠지만,

이제 이별은 당분간 없었으면 좋겠다.

 

당분간은 가슴이 덜 아팠으면 좋겠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