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800여 킬로미터로 하늘을 날아 40여분간의 짧은 비행으로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아이들은 첫 비행에 신이 났다. 공항문을 나서자마자 코를 자극하는 비릿한 바다내음,

비로소 제주에 도착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흰색 로체를 렌트해서 3박 4일간의 여행을 시작했다.

 애월해안도로를 따라 여행을 시작했다. 검은 현무암지대를 지나면서 제주도임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이날은 날씨는 그런대로 좋았는데, 바람이 유난히 많이 불었다. 드디어 첫 해수욕장인 이호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이곳은 백사장이 아닌 흑사장인 것이 이채롭다. 바닷가를 나서니  바람이 워낙 많이 불어닥쳐, 돌 많고, 바람 많고, 여자 많다는 삼다도 제주의 맛을 볼 수 있었다.

 이리저리 둘러보고 뛰어다니느라 아이들은 신이 났고 나 역시 20년만에 찾은 이곳에서 추억을 건져보려

두리번거렸다.  

 곽지해수욕장을 들렀고, 제주도도 식후경이니...^.^... 도로변 아무 식당에서 갈치조림에 늦은 식사를 했다.

시장이 반찬이었는지, 아니면 제주갈치의 맛이 워낙 뛰어나서인지 무척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도착한 곳이 바로 협제해수욕장.

1989년엔 이곳에 한밤중에 도착했었다... 달빛에 비친 그 맑은 물빛과 빛나는 정경은 우리를 매혹시켰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를 바다로 뛰어들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여전히 그곳의 물빛은 빛나는 비취빛이었다. 

협제에서 한참을 신나게 놀다가 한림공원을 다녀왔다. 야자수길을 따라 걸어서 협제, 쌍룡굴을 지나 석분재원, 재암민속마을... 아열대식물원까지를 돌아보고 나오는 동안 아이들은 뛰어노는데 더 바빴다.

어른 7,000원, 어린이 3,500원씩 21,000원의 입장료가 오히려 아까웠다.

이후의 계획은 오설록 녹차밭, 소인국테마파크, 쵸콜릿박물관, 모슬포항을 거쳐서 송악산, 수월봉에서 일몰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곳들을 모두 둘러볼 시간도 부족했고, 아이들에겐 뛰어노는 곳을 택하는 것이 낫다는 결론을 내리고는 계획 전면재수정... 해안도로를 따라 해수욕장을 돌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내가 제주도에 와서 꼭 한가지, 일몰사진 한 컷을 찍는 건 꼭 해보고 싶었기에

바로 해안도로를 따라 해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아쉽게도 날씨조차 협조를 하지 않고 시간에도 쫓기게 되는 바람에 수월봉 근처도 가기전에 해가 졌다.ㅠ.ㅠ.

그러다 우연히 마주친 풍경...

신창해안도로를 따라 가다가 한경면 풍력발전소를 보게 되었다.

날씨도 을씨년스런 날씨였고, 해도 뉘엇뉘엇지는데, 바람에 펑펑, 휙휙 돌아가는 거대한 풍력발전기의 바람개비는 우리에게 매우 인상적이었다.

몇 번 셔터를 누르고는 해를 쫓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서귀포에 예약해 둔 숙소를 향해 차를 돌렸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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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운 바다 성산포 1

                                     이생진

 

 

아침 여섯시
어느 동쪽이나 그만한 태양은 솟는 법인데
성산포에서만 해가 솟는다고 부산 피운다
태양은 수만개
유독
성산포에서만 해가 솟는 법으로
착각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나와서 해를 보라
하나밖에 없다고 착각 해온 해를 보라

성산포에서는
푸른색외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
설사 색맹일지라도
바다를 빨갛게 칠할순 없다

성산포에서는
바람이 심한날 제비처럼 사투리로 말을 한다
그러다가도 해가 뜨는 아침이면
말보다 더 쉬운 감탄사를 쓴다
손을 대면 화끈 달아오르는 감탄사를 쓴다

성산포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여자가 남자보다 바다에 가깝다
술을 마실 때에도 바다 옆에서 마신다
나는 내말을 하고 바다는 제말을 하고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기는 바다가 취한다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술에 더 약하다

맨 먼저
나는 수평선에 눈을 베었다
그리고 워럭 달려드는
파도소리에 귀를 찢기웠다
그래도 할말이 있느냐고 묻는다
그저 바다만의 세상하면서 당하고 있었다
내 눈이 그렇게
유쾌하게 베인적은 없었다
내 귀가 그렇게
유쾌하게 찢어진적은 없었다

모두 막혀버렸구나
산은 물이라 막고 물은 산이라 막고
보고싶은 것이 보이지 않을 때에는
차라리 눈을 감자
눈 감으면 보일거다
떠나간 사람이 와 있는 것처럼 보일거다
알몸으로도 세월에 타지 않는
바다처럼 보일거다
밤으로도 지울 수 없는 그림자로 태어나
바다로도 달치않는 진주로 살거다

 

 
 

 그리운 바다 성산포 2


일출봉에 올라 해를 본다
아무 생각없이 해를 본다
해도 그렇게 날 보다가 바다에 눕는다
달도 그렇게 나를 보더니 바다에 눕는다
해도 달도 바다에 눕고나니 밤이 된다
하는 수 없이 나도 바다에 누워서 밤이 되어 버린다

날짐승도 혼자 살면 외로운 것
바다도 혼자 살기 싫어서 퍽퍽 넘어지며 운다
큰산이 밤이 싫어 산 짐승을 불러오듯
넓은 바다도 밤이 싫어 이부자리를 차내 버리고
사슴이 산속으로 산속으로 밤을 피해가듯
넓은 바다도 물속으로 물속으로 밤을 피해간다

성산포에서는 그 풍요속에서도 갈증이 인다
바다 한가운데 풍덩 생명을 빠트릴 수는 있어도
한모금의 물을 건질순 없다
성산포에서는
그릇에 담을 수 없는 바다가
사방에 흩어져 산다.

가장 살기좋은 곳은 가장 죽기 좋은 곳
성산포에서는
생과 사가 서로 손을 놓지 않아서
서로가 떨어질순 없다

파도는 살아서 살지 못한 것들의 넋
파도는 피워서 피우지 못한 것들의 꽃
지금은 시새워 할 것도 없이 돌아 선다
사슴이여 살아있는 사슴이여
지금 사슴으로 살아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
꽃이여 동백꽃이여
지금 꽃으로 살아있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사슴이 산을 떠나면 무섭고
꽃이 나무를 떠나면 무엇을 하느냐
저기 저 파도는 사슴같은데 산을 떠나 매맞는 것
저기 저 파도는 꽃같은데 꽃밭을 떠나 시드는 것
파도는 살아서 살지 못한 것들의 넋
파도는 피워서 피우지 못한 것들의 꽃
지금은 시새움도 없이 말하지 않지만


 그리운 바다 성산포 3 
 

어망에 끼었던 바다도 빠져 나오고
수문에 갇혔던 바다도 빠져 나오고
갈매기가 물어갔던 바다도 빠져 나오고
하루살이 하루 산 몫의 바다도 빠져나와
한 자리에 모인 살결이 희다
이제 다시 돌아갈 곳이 없는 자리
그대로 천년만년 길어서 싫다

꽃이 사람 된다면 바다는 서슴지 않고 물을 버리겠지
물고기가 숲에 살고 산토끼가 물에 살고 싶다면
가죽을 훌훌 벗고 물에 뛰어들겠지
그런데 태어난대로 태어난 자리에서
산신께 빌다가 세월에 가고
수신께 빌다가 세월에 간다

성산포에서는 설교는 바다가 하고 목사는 바다를 듣는다
기도보다도 더 잔잔한 바다
꽃보다 더 섬세한 바다
성산포에서는 사람보다 바다가 더 잘 산다

저 세상에 가서도 바다에 가자
바다가 없으면 이 세상에 다시 오자

 
 그리운바다 성산포 4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사람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사람 빈자리가 차갑다
나는 떼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수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바다는 슬픔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슬픔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슬픔을 듣는다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죽는 일을 못 보겠다
온종일 바다를 바라보던 그 자세만이 아랫목에 눕고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더 태어 나는 일을 못 보겠다
있는 것으로 족한 존재 모두 바다만을 보고 있는 고립

바다는 마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나절을 정신없이 놀았다
아이들이 손을 놓고 돌아간 뒤
바다는 멍하니 마을을 보고 있었다
마을엔 빨래가 마르고 빈집 개는 하품이 잦았다
밀감나무엔 게으른 윤기가 흐르고
저기 여인과 함께 탄 버스엔
덜컹덜컹 세월이 흘렀다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술 좋아하던 사람
죽어서 바다에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두 짝 놔 주었다

365일 두고두고 보아도
성산포 하나 다 보지 못하는 눈
육십 평생 두고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


 그리운 바다 성산포 5


일어설 듯 일어설 듯 쓰러지는 너의 패배 발목이 시긴 하지만
평면을 깨뜨리지 않는 승리 그래서 네 속은 하늘이 들어앉아도 차지 않는다
투항하라 그러면 승리하리라 아니면 일제히 패배하라
그러면 잔잔하리라 그 넓은 아우성으로 눈물을 닦는 기쁨 투항하라 그러면 승리하리라
성산포에는 살림을 바다가 맡아서 한다 교육도 종교도 판단도 이해도
성산포에서는 바다의 횡포를 막는 일 그것으로 독이 닳는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절망을 만들고 바다는 절망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절망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절망을 듣는다
오늘 아침 하늘은 기지갤 펴고 바다는 거울을 닦는다
오늘 낮 하늘은 낮잠을 자고 바다는 손뼉을 친다
오늘 저녁 하늘은 불을 켜고 바다는 이불을 편다
바다가 산허리에 몸을 굽힌다 산은 푸른 치마를 걷어올리며 발을 뻗는다
육체에 따듯한 햇살 사람들이 없어서 산은 산끼리 물은 물끼리
욕정에 젖어서 서로 몸을 부빈다

목마를 때 바다는 물이 아니라 칼이다
목마를 때 바다는 물이 아니라 양이다
그릇 밖에서 출렁이는 서글픈 아우성
목마를 때 바다는 물이 아니라 갈증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보다 짐승이 짐승보다 산이 산보다 바다가
더 높은 데서 더 깊은 데서 더 여유 있게 산다

성산포에서는 교장도 바다를 보고 지서장도 바다를 본다
부엌으로 들어온 바다가 아내랑 나갔는데 냉큼 돌아오지 않는다
다락문을 열고 먹을 것을 찾다가도 손이 풍덩 바다에 빠진다.
평생 보고만 사는 내 주제를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나를 더 많이 본다

하늘이여 바다 앞에서 너를 쳐다보지 않는 것을 용서하라
하늘이여 바다는 살았다고 하고 너는 죽었다고 하는 것을 용서하라
너의 패배한 얼굴을 바다 속에서 더 아름답게 건져내는 것을 용서하라
그 오만한 바다가 널 뜯어먹지 않고 그대로 살려 준 것을 보면
너도 바다의 승리를 기뻐하리라

 

        그리운 바다 성산포 4

 
                                                     이생진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난 떼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수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죽어서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두 짝 놓아 주었다.


         삼백육십오일 두고두고 보아도
         성산포 하나 다 보지 못하는 눈
         육십 평생 두고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

.................................................................................

 

성산포에서는
그리움이 바다가 되고
고독과 마주하여 술잔 기울이고
슬픔을 떠나 보낼 수 있답니다...

올해는 꼭 가봐야겠네요... 근... 20년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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