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綠陰)


               허영자


오직 이 순간만을
뜨겁게 숨차게
그리고
당당하게
짧더라도 굵게.....


이십대 젊은날의
기고만장하던
그러나
더없이 순수하던
푸른 기염같이


타오르는
녹음(綠陰).

...........................................

타오르는 햇볕이 뜨겁다.
글자 그대로 맹하(猛夏)다.


조금 지나고 나니,
우리의 푸르름이 짧은 한때임을 안다.


그래서 꺾이지 않을 것같은 이 염천(炎天)도
고분고분히 견뎌낼 줄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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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幸福)


                        허영자


눈이랑 손이랑
깨끗이 씻고
자알 찾아보면 있을 거야


깜짝 놀랄 만큼
신바람나는 일이
어딘가 어딘가에 꼭 있을 거야


아이들이
보물찾기 놀일 할 때
보물을 감춰 두는


바위틈새 같은 데에
나뭇구멍 같은 데에


행복(幸福)은 아기자기
숨겨져 있을 거야.

.............................................................

 

언젠가 들었던 우화같은 행복에 관한 이야기.


인간을 불행에 빠뜨리기 위해
인간에게서 행복을 빼앗아야만 했던 사탄들...


그들이 찾아낸 바로 그 곳!

어리석은 인간들은 영원히 절대 찾아내지 못할
행복을 꼭꼭 숨겨둘 은밀한 장소


바로 당신의 마음 속 깊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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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행열차

 

                             허영자

 

급행열차를 놓친 것은 잘된 일이다
조그만 간이역의 늙은 역무원
바람에 흔들리는 노오란 들국화
애틋이 숨어 있는 쓸쓸한 아름다움
하마터면 나 모를 뻔하였지

완행열차를 탄 것은 잘된 일이다
서러운 종착역은 어둠에 젖어
거기 항시 기다리고 있거니
천천히 아주 천천히
누비듯이 혹은 홈질하듯이
서두름 없는 인생의 기쁨
하마터면 나 모를 뻔하였지
.............................................................

 

쉬었다 가라
언젠가는 멈추어 서야할 때가 오리니
가끔은 발걸음 멈추고
잠시나마 숨 돌리고
하늘도 올려 보고
땅 바닥도 훑어보고...

 
천천히 가라.
언젠가는 끝이 날 여행이니
조금 천천히 간다고
딱히 서러울 것도 없고
어차피 혼자 가야 하는 길이니
쓸쓸할 것도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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