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거리는 자주 정전이 된다

 

                                                         최승헌

 
이 거리는 자주 정전이 된다 언제부터인가 낯선 인기척이 들리기 시작할 때부터 이 거리에 꽃이 피자 근심을 피우는 사람들이 늘어간다 꽃이 피어도 꽃향기와 함께 행방불명되는 것들이 더 많아진다 아무 것도 잉태할 수 없는 불임의 하루가 저물면 종일 컴퓨터 속에서 신속하고 튼튼한 정보를 사냥하는 셀러리맨이나, 두 바퀴에 매달려 방부제 뿌려진 세상을 질주하는 퀵서비스맨이나, 개업한지 며칠이 지나도 손님 구경 힘들어 애꿎은 담배만 피워대는 닭발집 주인남자나, 발광하던 네온사인이 현란한 춤을 멈출 때쯤이면 어김없이 나타나 서성거리는 대리운전기사들이나, 그들은 지금까지 자신들을 길들여 왔던 허약한 언어로는 한 끼의 밥도 얻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늘 밥은 너무 멀리 있기 때문이다.


비열한 언어들이 자라 숲을 이룬 이 거리에 빌붙기 위해 허겁지겁 살아온 세월만큼 숙성되어진 시간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이 바닥을 닦고 다닌 삶의 걸레가 채 마르기 전 익숙했던 생업의 자리에서 나가떨어져 졸지에 그놈의 밥통을 잃어버린다한들 요동도 안칠 심장 하나쯤은 갖고 있어야 한다 무엇이던 재빨리 체감하지 못하면 그대로 끝장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생존은 비대해지고 몸은 축나는 것이 이 거리의 기본수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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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젊은 극작가의 안타까운 죽음이 세간의 화제가 된 일이 있었다.
사실 더 안타까운 것은 화제의 촛점이 그녀의 극적인(?) 비참한 죽음이었다는 것.
이제는 어느 정도 그 사건에 대한 생각의 정리가 돼, 더이상 가십거리가 되지 않으니 조용히 덮혀버리고 말았지만...


인류가 지구상에 태어난 후, 가장 많은 활자를 소비하는 이 시대,
책을 읽는 사람은 점점 줄고, 정보의 홍수 속에, 좀 되먹은 정보를 찾기란 오히려 만만치않다.
목적은 오로지 소비(消費) - <경제>욕망을 충족하기 위하여 재화를 소모하는 일 -
감히 그 속에서 창작이라니... 흠...


촛점이 흐려진 정치가들, 지식인들 그리고, 우리들...
오늘 하루를 왜, 살고 있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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