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이야기


                           박이도


찔레꽃을 아느냐
찔레꽃은 몰라도
찔레꽃 냄새는 알지요


시집간 아낙네들의
얼굴은 잊었지만
그들이 풍겨주던 찔레꽃 냄새
살 냄새는 알지요


유월, 감자바위 골짜기의
찔레꽃을 보러 가요
저마다의 옛이야기
찔레꽃 童話를 들려줘요
.................................................

가시가 많은
찔레꽃 덤불 속은
상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통로일지 몰라.
늘 비밀스런 이야기들이 펼쳐질지도 몰라.


달콤한 찔레꽃 향기에 취해
소담하고 아기자기한 자태에 취해

걸음을 멈추었을 때,


나른한 유월의 어느 날,
어렴풋이 잠들며 들었던
할머니의 옛이야기는
줄거리 하나 없이
소리만 남아, 향기만 남아
내 생의 감각을 흔들어.


살랑 살랑 살랑...
사알 살, 사알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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