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은
송수권
저 산마을 산수유꽃도 지라고 해라
저 아래뜸 강마을 매화꽃도 지라고 해라
살구꽃도 복사꽃도 앵두꽃도 지라고 해라
하구 쪽 배밭의 배꽃들도 지라고 해라
강물 따라가다 이런 꽃들 만나기로소니
하나도 서러울 리 없는 봄날
정작 이 봄은 빰 부비고 싶은 것이 따로 있는 때문
저 양지쪽 감나무밭 감잎 움에 햇살 들치는 것
이 봄에는 정작 믿는 것이 있는 때문
연초록 움들처럼 차오르면서, 햇빛에도 부끄러우면서
지금 내 사랑도 이렇게 가슴 두근거리며 크는 것 아니랴
감잎 움에 햇살 들치며 숨가쁘게 숨가쁘게
그와 같이 뺨 부비는 것, 소근거리는 것,
내 사랑 저만큼의 기쁨은 되지 않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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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해질녘 풍경이 저토록 눈부시던가?
오로지 앞만보고 걷던 힘겨운 걸음
이젠 잠시 멈춰 서서 주위를 둘러 본다.
저리 많은 생명이
어느 하나 중하지 않은 것이 없고
사소하다 생각했던 것들
어느 하나 그냥 된 것이 없음을 안다.
가슴에 작은 믿음의 씨앗을 받았을 뿐인데
감사한 일들로 넘쳐나
일상이 기적이 되고, 삶의 이유를 깨닫게 된다
감사한 일만 손꼽아도 모자라
아침저녁으로 머리 조아려 절을 올린다.
꼭 서쪽으로 창을 내려 한다.
해질녘까지 흘린 땀방울을 말끔히 씻고
너울너울 덩실덩실 춤추며
저녁 놀을 맞이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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