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김광규
살펴보면 나는
나의 아버지의 아들이고
나의 아들의 아버지이고
나의 형의 동생이고
나의 동생의 형이고
나의 아내의 남편이고
나의 누이의 오빠고
나의 아저씨의 조카고
나의 조카의 아저씨고
나의 선생의 제자고
나의 제자의 선생이고
나의 나라의 납세자이고
나의 마을의 예비군이고
나의 친구의 친구고
나의 적의 적이고
나의 의사의 환자고
나의 단골 술집의 손님이고
나의 개의 주인이고
나의 집의 가장이다.
그렇다면 나는
아들이고
아버지고
동생이고
형이고
남편이고
오빠고
조카고
아저씨고
제자고
선생이고
납세자고
예비군이고
친구고
적이고
환자고
손님이고
주인이고
가장이지
오직 하나뿐인
나는 아니다.
과연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나는
무엇인가?
그리고 지금 여기 있는
나는
누구인가?
...................................................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이
세상 살이의 맨 먼저 해결해야할 숙제인데
그것 알기가 참 만만치않다.
삶은 분명 결국 혼자 왔다 가는 것인데
복잡하고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산다.
그런데 가만보니
쓸 데 없는
내가 왜 이렇게 많은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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