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길


                         조성자

 
들을 만한 이야기는 다 들었다는 듯
귀 자꾸 어두워 가는 어머니
소통의 통로가 자주 교신 불능이다
더 들을 것 이제 없다는 듯
댓잎 같이 귀를 치켜세우고도
아득한 동문서답이다


들을 소리 못들을 소리가 한 통속으로 드나들던 와우각이, 전쟁의 참화나 아들의 죽음이 무서리로 내려 피를 사위던 소리의 입구가, 가난은 그쯤에서 그만하면 차라리 고마웠고 바람기 잦은 사랑채를 쓸고 닦다가 몇 번씩 혼절하고도 모든 풍문을 은닉하던 귀청이, 손을 놓고 묵묵부답이다

 
데시빌 강도 높이는 보청기로도
한번 돌아 앉은 마음
돌이킬 방도는 없는지
이승의 소리는 모두 부질없다는 듯
호접란 벙그는 것도 잊고 코 골며 주무신다
....................................................................................

인간관계의 끝은 불통이다.
각자의 언어로 제자리에서 자신의 말만 되풀이하여
상대를 이해할 수도 없고 소통할 방법도 없다면
그게 끝이다.


바벨탑에서 그러했다.
어느 날인가 서로가 쓰는 언어가 달라졌다.
그걸로 끝이었다.
어쩌면 신이 내릴 수 있는 가장 적절한 해결책이 바로 그것이었겠다 싶다.


어처구니 없게도 우리는 종종 제 말만 하고
남들이 다 이해하고 알아주기를 바란다.
그리고는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이제 말을 줄이고, 마음을 열고, 구별해서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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