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김해자


넓어서인지만 알았습니다
깊어서인지만 알았습니다
억 겁 세월 늙지 않아 늘 푸른 당신
제 몸 부딪쳐 퍼렇게 멍든 줄이야
제 몸 부딪쳐 하얗게 빛나는 줄이야


흘러오는 건 모두 받아들이는
당신은 지금 이 순간도 멍듭니다
미워하지 마라, 다 받아들여라
생채기는 늘 나로부터 생긴다는 듯
생채기 없인 늘 푸를 수 없다는 듯


흐르고 흘러 더 낮아질 것 없는
당신은 오늘도 하얗게 피 흘립니다.
스스로 나누고 잘게 부수면
아무도 가를 수 없다는 듯
거대한 하나가 된다는 듯
................................................................

애초부터 슬픔은 푸른 색이었을까?


엄동설한 삼남매가 쭈그리고 잠을 청하던
차디찬 골방에서는 분명 푸른 입김이 났다.
쉰 해도 못 채우고 영혼이 떠나버린
내 아버지의 굳어진 낯빛은 분명 푸른 빛이었다.
절망만이 남았던 서울 한복판의 캄캄한 강변에는
분명 푸른 감촉의 바람이 일었고
고통의 절정에 선 순간, 푸른 향이 머릿 속에 번졌다.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가 맞닿아 있는 저 수평선엔
분명 서로 다른 푸른 색이, 슬픔과 그 무엇이
또렷이 나뉘어져 있다.


그렇다면 애초부터 슬픔은 푸른 색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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