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서정주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섭섭지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이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

살아있으면, 살다 보면
언젠가는 다시 만나는 게 인연이지
어쩌면
헤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건 욕심이지


좋은 인연이 얼마나
드물고 귀한 것인지
헤어지고 나서야 알지
보내고 나서야 알지


다시는 만날 수 없음을 알고서야
영영 아주 이별 하고서야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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