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기도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落葉)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謙虛)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명시 감상 6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종해... 가을에는 떠나리라 (0) | 2014.10.23 |
---|---|
김영랑... 땅거미 (0) | 2014.10.16 |
서정주...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0) | 2014.09.30 |
신진호... 친구가 화장실에 갔을 때 (0) | 2014.09.30 |
신동엽... 좋은 언어 (0) | 2014.09.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