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서종택
평생 한 번도
바람에 거슬러 본 적 없었다
발목이 흙에 붙잡혀
한 발자국도 옮겨보지 못했다
눈이 낮아
하늘 한 번 쳐다보지 못했다
발바닥 밑 세상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내 마음속에
너무나 많은 움직임이 있었으므로
참, 모질게도, 나는 살았다.
.............................................................
'여기까지 잘 오셨습니다' 는
말 한마디가 가슴을 쾅 치고 지나가더니
종일토록 눈물이 멎을 줄 모른다.
슬픔은
하얀 꽃잎 가득 날리던 자리에도
푸른 바람 따라
연초록이 가득 번진 산등성에도
노을 붉은 해질녘 언저리에도 있었다.
푸른 눈물로 씻고 또 씻고
붉은 산등성이 너머
하얀 바람이 불어도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
꽃 진 자리엔
또 초록이 나고
또 초록이 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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