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


유난히 길었던 겨울,
차디찬 칼바람에 맞서
촛불 하나 켜 들고
사람 사는 세상을 밝히는 이들이
모였다.


어둠은 결코 빛을 이길 수 없기에
반드시 이 가녀린 빛을 하나로 모아
저 더러운 어둠을 몰아낼 것이다.


이 나라가 어떤 나라인가?


감히 우리나라를 더럽히고
흰 백성을 어지럽히는 무리들을
어찌 관용하고 용서할 것인가?


하나 된 촛불로 넉넉히
어둠의 찬 기운을 모두 몰아내고
온 세상을 훤히 밝힐 것이다.


참세상의 아침.
그리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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