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살던 집
권대웅
길모퉁이를 돌아서려고 하는 순간
후드득, 빗방울이 떨어지려고 하는 순간
햇빛에 꽃잎이 열리려고 하는 순간
기억날 때가 있다
어딘가 두고 온 생이 있다는 것
하늘 언덕에 쪼그리고 앉아
당신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
어떡하지 그만 깜빡 잊고
여기서 이렇게 올망졸망
나팔꽃 씨앗 아이들 낳아버렸는데
갈 수 없는 당신 집 와락 생각날 때가 있다
햇빛에 눈부셔 자꾸만 눈물이 날 때
갑자기 뒤돌아보고 싶어질 때
노을이 붕붕 울어댈 때
순간, 불현듯, 화들짝,
지금 이 생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기억과 공간의 갈피가 접혔다 펴지는 순간
그 속에 살던 썰물 같은 당신의 숨소리가
나를 끌어당기는 순간
..........................................................................
돼지풀에 손등을 쓸렸다.
벌겋게 쓸린 자국이 남았고
따갑고 쓰리다.
바삐 연고를 찾다가 문득...
뙤약볕 아래 밭일하던 엄마
옥수수가 먹고 싶다고 보채는
철없는 아이의 성화에
웃자란 돼지풀을 써억 썩 맨손으로 걷어내고는
잘 익은 놈으로 골라 뚜욱 뚝 따내던...
급한 마음에
밭둑 가로질러 돼지풀 덤불을 헤치고 온
옥수수 한 바구니의 호된 쓰라림
물 한바가지로 씻어 달래고
씩씩하게 옥수수 삶으러 간다.
내 새끼 먹일 옥수수 한 바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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