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꽃


                       김준태


어릴 적엔 떨어지는 감꽃을 셌지
전쟁통엔 죽은 병사들의 머리를 세고
지금은 엄지에 침 발라 돈을 세지
그런데 먼 훗날엔 무엇을 셀까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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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일어났었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되라고.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왼가슴에 손을 얹고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 할 것을 거의 매일 다짐했다.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여성 대통령이 청와대 안가에서 온갖 주사로 연명하는 동안, 수백명의 아이들이 차디찬 바닷속으로 수장됐고,

황금의 국회의원 보람을 가슴에 단 의원들이 '내가 최순실이다.' 라고 국회앞에서 시위를 하고,

신성한 국회 본회의장에서 졸고 있는 동안, 쥐새끼 같은 잡것들이 나라 살림을 죄다 갉아먹었다.
자랑스런 태극기와 이유를 알수 없는 성조기를 들고 거리로 나선 이들이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에 빠진 대통령을 옹호할 때,

대한민국이 좋은 나라이기를 갈망했던 수천만의 국민들이 하나 되어 한겨울내내 촛불 하나 들고 거리로 나서서 국정농단세력으로부터 겨우 내 나라를 되찾고,

여성대통령을 파면, 구속시키고, 사람다운 대통령을 뽑았다. 나라다운 나라,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하여.

하지만 아직도 '내가 최순실' 이라 말했던 의원들이 여전히 국회에서 의원님 노릇을 하고 있고, 국정 농단세력의 재판은 아직 진행중이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의 갈 길이 참 멀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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