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 소녀
박후기
나는 아르바이트 소녀,
24시 편의점에서
열아홉 살 밤낮을 살지요
하루가 스물다섯 시간이면 좋겠지만
굳이 앞날을 계산할 필요는 없어요
이미 바코드로 찍혀 있는,
바꿀 수 없는 앞날인 걸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봄이 되면 다시 나타나는
광장의 팬지처럼,
나는 아무도 없는 집에 가서
옷만 갈아입고 나오지요
화장만 고치고 나오지요
애인도 아르바이트를 하는데요,
우린 컵라면 같은 연애를 하지요
가슴에 뜨거운 물만 부으면 삼 분이면 끝나거든요
가끔은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러 이 세상에 온 것 같아요
엄마 아빠도 힘들게
엄마 아빠라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지 몰라요
아,
아르바이트는
죽을 때까지만 하고 싶어요
................................................
슬퍼하지 마라
아파하지 마라
네가 이 세상의 중심이고
열심히 하면 모두 다 잘 될 거라는
잡소리도 하지 않겠다.
그런데 이 땅에 사는 선배인냥 하는 내가
네게 이 말 밖에 못하는 게
슬프고 또
아프다.
그래도
슬퍼하지 마라.
아파하지 마라.
우리 함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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