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보는 저녁
공광규
자동차에서 내려 걷는
저녁 시골길
그동안 너무 빨리 오느라
극락을 지나쳤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디서 읽었던가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달리다가
영혼이 뒤따라오지 못할까봐
잠시 쉰다는 이야기를
발들을 스치는 메뚜기와 개구리들
흔들리는 풀잎과 여린 들꽃
햇볕에 그을린 시골 동창생의 사투리
당숙모가 차리는 시골 밥상
나물 뜯던 언덕에 핀
누이가 좋아하던 나리꽃 군락을 향해
자동차에서 내려 걷는
시골길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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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8년간 내 자랑이던 멋쟁이 교장선생님, 큰 삼촌이 하늘나라로 가셨다.
건장한 체격의 자상한 미소를 띈 중년의 신사는 간 곳없고,
뼈만 앙상하게 남은 당신의 몸에 그 간의 병고의 고통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가녀린 뼈마디만 남은 손으로 전해지는 냉기 도는 체온도 차츰 식어가고,
흐릿하게 남았던 호흡도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삼촌은 그렇게 깊은 잠으로 빠져드는 것처럼 조용히 우리 곁을 떠났다.
삼촌이 그렇게 떠날 준비를 하던 수시간동안,
세 딸들은 서러움을 참으며 삼촌에 매달려 기도를 올린다.
조금만 더 같이 있자고.
아버지의 딸이라 너무 감사하고 다시 당신의 딸로 태어나도록 해달라고 기도한다.
나도 내 죽음 앞에 저런 간절한 기도를 해 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부질없는 생각을 했다.
그녀들의 기도는 그렇게 간절했고 진실했으며 정성스러웠다.
삼촌의 사후 장례 절차를 논의하고 진행하는 사촌들의 모습에서
당신의 삶은 참으로 옳았음을 알 수 있었다.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며 성실하고 정성스럽게 자신의 일을 묵묵히 행하는 모습에서
당신의 삶이 신의 뜻에 부합하였음을 보았다.
'삼촌, 당신은 제 자랑이셨으며 제 삶의 본보기가 되셨습니다.
부디 고통 없고 고뇌 없는 세상에 가셔서 평안하고 안락하게 지내시기를 기도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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