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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관하여


                                   오탁번


예쁜 간호사가 링거 주사 갈아주면서
따뜻한 손으로 내 팔뚝을 만지자
바지 속에서 문득 일어서는 뿌리!
나는 남몰래 슬프고 황홀했다


다시 태어난 남자가 된 듯
면도를 말끔히 하고
환자복 바지를 새로 달라고 했다
- 바다 하나 주세요
내 입에서 나온 말은 엉뚱했다
- 바다 하나요
바지바지 말해도 바다바다가 되었다
........................................................................

참 어른이 된다는 것
참 어려운 일이다.


어느 때가 되면,
하나 하나 내려놓고
많은 것을 인정해야 한다.


무엇이든 다 잘 할 수 없음을, 잘 볼 수 없음을
구별하기 쉽지 않고, 분명하게 알 수 없음을...


물론 제일 먼저 말을 줄여야 한다.
자칫 헛소리 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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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


                            백석


눈이 많이 와서
산엣새가 벌로 나려 멕이고
눈구덩이에 토끼가 더러 빠지기도 하면
마을에는 그 무슨 반가운 것이 오는가보다
한가한 애동들은 어둡도록 꿩사냥을 하고
가난한 엄매는 밤중에 김치가재미로 가고
마을을 구수한 즐거움에 사서 은근하니 흥성흥성 들뜨게 하며
이것은 오는 것이다.
이것은 어늬 양지귀 혹은 능달쪽 외따른 산 옆 은댕이 예데가리 밭에서
하로밤 뽀오햔 흰김 속에 접시귀 소기름불이 뿌우현 부엌에
산멍에 같은 분틀을 타고 오는 것이다.
이것은 아득한 녯날 한가하고 즐겁든 세월로부터
실 같은 봄비 속을 타는 듯한 녀름볕 속을 지나서 들쿠레한 구시월 갈바람 속을 지나서
대대로 나며 죽으며 죽으며 나며 하는 이 마을 사람들의 으젓한 마음을 지나서 텁텁한 꿈을 지나서
지붕에 마당에 우물 둔덩에 함박눈이 푹푹 쌓이는 여늬 하로밤
아베 앞에 그 어린 아들 앞에 아베 앞에는 왕사발에 아들 앞에는 새끼사발에 그득히 사리워오는 것이다.
이것은 그 곰의 잔등에 업혀서 길여났다는 먼 녯적 큰 마니가
또 그 집등색이에 서서 자채기를 하면 산넘엣 마을까지 들렸다는
먼 옛적 큰 아바지가 오는 것같이 오는 것이다.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찡하니 닉은 동티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 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 자욱한 더북한 삿방 쩔쩔 끊는 아루궅을 좋아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이 조용한 마을과 이 마을의 으젓한 사람들과 살틀하니 친한 것은 친한 것은 무엇인가
이 그지없이 고담(枯淡)하고 소박(素朴)한 것은 무엇인가
.......................................................................................................................................

*김치가재미:북쪽 지역의 김치를 넣어 두는 창고, 헛간
*양지귀 : 햇살 바른 가장자리
*은댕기 : 가장자리
*예대가리밭 : 산의 맨 꼭대기에 있는 오래된 비탈밭
*산멍에 : 이무기의 평안도 말
*큰 마니 : 할머니의 평안도 말
*집등색이 : 짚등석, 짚이나 칡덩굴로 만든 자리
*자채기 : 재채기
*희수무레하고 : 희끄무레하고
*삿방 : 삿(갈대를 엮어서 만든 자리)을 깐 방
*아르궅 : 아랫목
*고담(枯淡):(글, 그림, 인품 따위가) 속되지 아니하고 아취가 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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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마음


                                 김민부


일출봉에 해 뜨거든 날 불러 주오
월출봉에 달 뜨거든 날 불러 주오
기다려도 기다려도 님 오지 않고
빨래 소리 물레 소리에 눈물 흘렸네


봉덕사에 종 울리면 날 불러 주오
저 바다에 바람 불면 날 불러 주오
기다려도 기다려도 님 오지 않고
파도 소리 물새 소리에 눈물 흘렸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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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


             나태주


난초 화분의 휘어진
이파리 하나가
허공에 몸을 기댄다


허공도 따라서 휘어지면서
난초 이파리를 살그머니
보듬어 안는다


그들 사이에 사람인 내가 모르는
잔잔한 기쁨의
강물이 흐른다
..............................................................

두 사람이 기대선 모습이 '사람 인(人)' 이라고 한다.


서로 기대설 수 있음은 아마도 믿음일 것이다.
서로 기대설 수 있음은 아마도 사랑일 것이다.
서로 기대설 수 있음은 아마도 감사일 것이다.


사람 사이(人間)는
믿음이고, 사랑이고, 감사일 것이다.


사람이라서 기쁘냐고 물으면
지체없이 그렇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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