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에 사랑을 담아


                                       이해인


그대 그리움 한 잔에 커피 잔에 물을 따르는 순간부터
그대 향이 마음에 먼저 들어왔습니다


커피를 유난히도 좋아한 그대의 그윽한 영상이
커피향 만큼이나 나의
온 몸을 감싸고 피어오릅니다


오늘의 커피에는 그대의 이름을 담았습니다
나의 목을 타고 흘러 가슴까지
퍼져오는 따스함은 그대를 향한 내 그리움입니다


그대에게 차마  전하지 못한 혼자만의 고백을
은은한 향으로 피워 올리며
그리움이 가라앉은 커피를 동그랗게
흔들어 마십니다


커피 한 잔에 그대 그리움 한 잔에
언젠가 만날 그 날을 오래전부터 기다려온
나의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

티스푼이 놓인 커피 받침...

그리고 커피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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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김상옥

 

구두를 새로 지어
딸에게 신겨 주고
저만치 가는 양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한 생애 사무치던 일도
저리 쉽게 가겠네
....................................................

어느 날

내 가슴을 쾅 때린 시 한 편...

 

살다보면
때론 사람에게 상처받고,
삶에 지치고 힘들 때...

 

다시 보면 참, 좋은 시 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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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落花)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

최고의 시(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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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오세영


꽃 피는 철에
실없이 내리는 봄비라고 탓하지 마라.
한 송이 뜨거운 불꽃을 터뜨린 용광로는
다음을 위하여 이제
차갑게 식혀야 할 시간,
불에 달궈진 연철도
물 속에 담금질해야 비로소
강해지지 않던가.
온종일
차가운 봄비에 함빡 젖는
뜨락의
장미 한 그루.
......................................................................................................

 

 

아파트 담벼락을 따라 장미가 함박 피어있었다.
한동안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은 나를 채근하느라 힘을 다 뺐다.
무기력해진 내가 더 맥없어 보일 때 쯤,
화려한 장미의 향연이 펼쳐져 있음을 그제서야 보았다.


하지만 그 화려한 향연도 끝날 때가 가까웠음을 가까이 다가가서야 알았다.
탐스럽게 피었다 싶은 장미에 손을 대자
우수수 쏟아져 내리는 핏빛 꽃잎...


내 맘 속에 열정은 영영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이제 가라앉혀야 할 때를 알게 된 것일게다.


다음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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