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


                   김남조


우리는 서로 만난 적도 없지만
헤어져 본적도 없습니다.
무슨 인연으로 태어났기에
어쩔 수 없는 거리를 두고 가야 합니까
가까와지면 가까와질까
두려워하고
멀어지면 멀어질까 두려워하고
나는 그를 부르며
그는 나를 부르며
스스로를 저버리며 가야만 합니까
우리는 아직 하나가 되어본 적도 없지만
둘이 되어 본적도 없습니다.
..............................................................

만나기도 어렵고, 헤어지기도 쉽지 않다.
영겁의 세월의 두께가 쌓여
겨우 한 번의 옷깃이 스친단다.


진정, 인연이란 그러하다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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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꽃

 

                        김남조

 

1

눈길에 안고 온 꽃

눈을 털고 내밀어 주는 꽃

반은 얼음이면서

이거 뜨거워라

생명이여

언 살 갈피갈피

불씨 감추고

아프고 아리게

꽃빛 눈부시느니

 

2

겨우 안심이다

네 앞에서 울게 됨으로

나 다시 사람이 되었어

줄기 잘리고

잎은 얼어 서걱이면서

얼굴 가득 웃고 있는

겨울꽃 앞에

오랜 동안 잊었던

눈물 샘솟아

이제 나

또다시 사람 되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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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시


                   김남조


어쩌면 미소짓는 물여울처럼
부는 바람일까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언저리에
고마운 햇빛은 기름인양 하고
 

깊은 화평의 숨 쉬면서
저만치 트인 청청한 하늘이
성그런 물줄기 되어
마음에 빗발쳐 온다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또 보리밭은
미움이 서로 없는 사랑의 고을이라
바람도 미소하며 부는 것일까
 

잔 물결 큰 물결의
출렁이는 바닷가도 싶고
은 물결 금 물결의
강물인가도 싶어
 

보리가 익어가는 푸른 밭 밭머리에서
유월과 바람과 풋보리의 시를 쓰자
맑고 푸르른 노래를 적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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