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의 강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서로 물길이 튼다.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이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치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

만나면 항상 기분 좋은 사람,

언제든 어디서든

흉금 터놓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마음 맞는 사람을 만나기란

어려운 일이지.

 

그 이유가

네 탓일지, 내 탓일지 따지기 전에

, 쉽지 않은 일.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오늘 밤

흠뻑 취해도 좋으련만.

 

너를 만나고 싶다

 

                                   김재진


나를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사소한 습관이나 잦은 실수
쉬 다치기 쉬운 내 자존심을 용납하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직설적으로 내뱉고선 이내 후회하는
내 급한 성격을 받아들이는
그런 사람과 만나고 싶다.

스스로 그어 둔 금 속에서 고정된 채
시멘트처럼 굳었거나 대리석처럼 반들거리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사람들 헤치고
너를 만나고 싶다

입꼬리 말려 올라가는 미소 하나로
모든 걸 녹여버리는
그런 사람.

가뭇한 기억 더듬어 너를 찾는다
스치던 손가락의 감촉은 어디 갔나
다친 시간을 어루만지는
밝고 따사롭던 그 햇살.
이제 너를 만나고 싶다

막무가내의 고집과 시퍼런 질투
때로 타오르는 증오에 불길처럼 이글거리는
내 못된 인간을 용납하는 사람

덫에 치여 비틀거리거나
어린아이처럼 꺼이꺼이 울기도 하는
내 어리석음 그윽하게 바라보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내 살아가는 방식을 송두리째 이해하는
너를 만나고 싶다.

.....................................................................

사람을 만난다는 것,
그것도 서로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
그것은 아마도 생의 행운일 것입니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지요.
그런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서로 마주치기 어려워서이고,

그런 사람이 드물어서가 아니라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게 어려워서일 것입니다.

욕심이겠지요? 그런 사람을 기다리는 것.
거짓이겠지요? 송두리째 이해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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