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 빗방울


                                나희덕


버스가 달리는 동안 비는
사선이다
세상에 대한 어긋남을
이토록 경쾌하게 보여주는 유리창


어긋남이 멈추는 순간부터 비는
수직으로 흘러내린다
사선을 삼키면서
굵어지고 무거워지는 빗물
흘러내리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더 이상 흘러갈 곳이 없으면
빗물은 창틀에 고여 출렁거린다
출렁거리는 수평선
가끔은 엎질러지기도 하면서
빗물, 다시 사선이다
어둠이 그걸 받아 삼킨다


순간 사선 위에 깃 드는
그 바람, 그 빛, 그 가벼움, 그 망설임


뛰어내리는 것들의 비애가 사선을 만든다

..............................................................

그렇구나, 우리 산다는 게...^.^...


수직으로 꽂히거나
혹은 그걸 수평으로 막거나
사선으로 흐르니 차라리
그 속도라도 좀 조절이 되겠지...


늘 그렇듯, 싸우는 사람들보다
옆에서 말리는 사람이 더 힘들다.


창밖의 빗소리가 요란하고 치열하다.
여기 저기 홍수 피해가 났다는 소식도 들린다.


장마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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