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렸으므로 막차를 타지 못한다


                                                        박남준


남은 불빛이 꺼지고 가슴을 찍어 내리듯
구멍가게 셔터문이 내려지고
얼마나 흘렀을까
서성이며 발 구르던 사람들도 이젠 보이지 않고
막차는 오지 않는데
언제까지 나는 막차를 기다리는 것일까


춥다 술 취한 사내들의 유행가가 비틀거리다
빈 바람을 남기며 골목을 돌아 사라지고
막차는 오지 않을 것인데 아예
그 자리에 서 있어야 할 것처럼
발길 돌리지 못하고


산다는 것은 어쩌면
오지 않는 막차를 기다리는 일 같은지
막차는 오지 않았던가 아니다
막차를 보낸 후에야 막차를 기다렸던 일만이
살아온 목숨 같아서 밤은 더욱 깊고
다시 막차가 오는 날에도 눈가에 습기 드리운 채
영영 두발 실을 수 없겠다.
...............................................................................

산다는 것은 어쩌면 막차를 기다리는 일...


기다렸던 것만이 가슴에 남아서
일어서지도 못하고,
돌아서지도 못하는...


알면서도 살고,
모르면서도 사는...


그렇게 살아가는 것...
그렇게 돌아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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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자가 된 청소부' 를 쓴 침묵의 성자 바바 하리 다스의 가르침의 말을 적은 책이 있었다.

'산다는 것과 초월한다는 것'

 

다시 읽는 데는 잠깐의 여유만 내면 되는 짧은 책이다.

하지만 그 말을 하나 하나 되짚어 보고 생각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참, 깊은 정신을 담은 책이었다.

 

몇 단락의 글을 정리해 본다.

 

<시간은 가는 것이지 오는 것이 아니다. 네 삶의 많은 순간들이 하나씩 사라지고 있는 중이다. 네가 좋은 일을 하든 그렇지 않든 너의 삶은 자꾸만 짧아지고 있다. 그런데 여기 죽음의 산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두 나그네가 있다. 한 나그네는 노래를 부르고 장난을 치고 자연을 즐기면서 길을 가는 반면, 또 한 나그네는 싸움과 분노와 두려움과 집착 속에서 그 길을 간다. 두 사람 다 죽음의 산에 다다르지만 한 나그네의 마음은 연꽃처럼 피어나고, 다른 나그네의 마음은 풍선처럼 터져버리고 만다.>

 

<스스로 자기 자신의 친구가 될 수 없을 때 고독이 찾아온다. 그 고독을 잊기 위해 우리는 늘 바깥에서 친구와 연인을 찾는다. 얼마 동안은 외부의 친구와 연인에게서 즐거움을 얻을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도 내면의 고독은 사라지지 않는다. 먼저 네가 네 자신의 연인이 되어라.>

 

<"우리는 어떻게 하면 서로에게 사랑을 보여줄 수 있는가?"

 

너의 내면에 사랑이 있다면 그 사랑은 저절로 온 사방에 전해진다. 너의 가슴속에 사랑이 없다면 억지로 사랑을 만들 수도 없고 보여줄 수도 없다. 또 너의 내면에 사랑이 있다면 너는 그것을 남에게 보여주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사랑은 저절로 너의 주위에 반사될 것이고, 다른 이들의 가슴에 빛이 되어줄 것이다.>

 

<모든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운 마음의 상태가 곧 사랑이며, 그것이 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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