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낮잠


                    문태준


낮잠에서 깨어나면
나는 꽃을 보내고 남은 나무가 된다


혼이 이렇게 하루에도 몇 번
낯선 곳에 혼자 남겨질 때가 있으니


오늘도 뒷걸음 뒷걸음치는 겁 많은 노루꿈을 꾸었다


꿈은, 멀어져가는 낮꿈은
친정 왔다 돌아가는 눈물 많은 누이 같다


낮잠에서 깨어나 나는 찬물로 입을 한 번 헹구고
주먹을 꼭 쥐어보며 아득히 먼 넝쿨에 산다는 산꿩 우는 소리 듣는다


오후는 속이 빈 나무처럼 서 있다.

.............................................................

평소 내가 아끼던 기타가 넘어지면서
기타 목이 딱 부러져버리는 꿈을 꿨다.
짧은 탄식이 터지며 안타까움이 푸른 잉크처럼 퍼진다.
가슴팍 한가운데가 얼음을 댄 것처럼 시려온다.
꿈이다.


오늘은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던 비가 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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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화분에 물을 흠뻑 줘야겠다 싶어, 거실 책상 뒤에 있던 산세베리아 화분들을 꺼냈다.

 

 언제부턴가 산세베리아 화분 한개에 꽃대 두 대가  올라오는 모양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절로 신이 났었다.

 베란다로 들고 나가서 흠뻑 샤워를 시켜주고는 어지간히 물이 빠졌겠다 싶어 화분을 들여놓으려 나갔더니, 

 아이구, 이게 웬일인가? 그 짧은 사이에 꽃이 활짝활짝 핀게 아닌가?

 

 참 신기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여 셔터를 눌렀다. 

 향기도 전혀 없고,꽃대 올라오는 모양새도 그다지 예쁘지 않은데,

 한 송이 한 송이 꽃이 펼쳐지면 그 화려함이 대단하다.

 

 한동안 금전수 꽃이 위세를 떨치더니, 요녀석이 이번주는 우리 거실을 장악할 태세다...

 고맙고 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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