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시

 

                           양성우       

 

그대 기우는 그믐달 새벽별 사이로
바람처럼 오는가 물결처럼 오는가
무수한 불변의 밤, 떨어져 쌓인
흰 꽃 밟으며 오는
그대 정든 임. 그윽한 목소리로
잠든 새 깨우고 눈물의 골짜기 가시나무 태우는
불길로 오는가, 그대 지금      
어디쯤 가까이 와서
소리없이 모닥불로 타고 있는가

..........................................................................

순식간에 눈 앞을 스쳐 지나가버린 별똥별

분명 타올랐을 것인데

지나간 흔적조차 없고

오늘따라 더 고요해진 하늘엔

흘러가는 구름 한 점도 없다.

 

만남이, 그리고 기다림이

지나고 나면 모든 것 한 순간이듯

우리도 어쩌면 이 순간만큼인지도 모른다.

 

문득 네가

지나간 가을 만큼이나 그리워진다.

 

비 온 뒤에

 

                             양성우

 

눈부셔라.
그대 반짝이는 풀잎을 밟고
비 그친 강둑길 굽이돌아
오는 이.
잔잔한 물 위에
긴 그림자 드리우며
나란히 선 버드나무숲을 지나
손뼉치며 오는
그대의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답구나.

...............................

 

비온 뒤의 눈부신 파란 하늘은
푸르다 못해 시리고
시리다 못해 아프다.
오늘 하늘이 그러하다.

 

이처럼 푸른 날이 우리 생에 얼마나 되었을까?
이처럼 시리고 아픈 시간을 얼마나 보내야 할까?


이런 날엔 그래서 훌쩍 떠나고 싶은게다...

이런 날엔 그래서 혼자 울고 싶은게다...

이런 날엔 그래서 영영 가슴에 두고 싶은게다.

 

누군가가 그리워 가슴시리고, 언제인가 그리워 가슴 아픈 날...

참말 눈부시게 푸른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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