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기


빈 들판이다
들판 가운데 길이 나 있다
가물가물 한 가닥 누군가 혼자 가고 있다
아 소실 점!
어느새 길도 그도 없다
없는 그 저쪽은 낭떠러지
신의 함정 그리고 더 이상은 아무도 모르는
길이 나 있다


빈 들판에 그래도 또 누군가 가고 있다
역시 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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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늘 혼자일 수밖에 없다.
어쩌면 사는 동안

고독과의 싸움은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삶은 늘 초행이고 그래서 항상 낯설다.
어쩌면 사는 동안

끊임없이 길을 찾아 방황하고 헤맬 것이다.


삶은 어차피 혼자 가는 길이다. 
그렇다면 사는 동안

혼자 가는 것보다는 둘이 가는 게 나을 것이다.


사는 동안 좀 덜 외로우라고
가는 동안 좀 덜 힘들게 가라고

아마 그게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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