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견디기 힘든
황동규
그대 벽 저편에서 중얼댄 말
나는 알아들었다
발 사이로 보이는 눈발
새벽 무렵이지만
날은 채 밝지 않았다
시계는 조금씩 가고 있다
거울 앞에서
그대는 몇 마디 말을 발음해 본다
나는 내가 아니다 발음해 본다
꿈을 견딘다는 건 힘든 일이다
꿈, 신분증에 채 안들어 가고
삶의 전부 쌓아도 무너지고
쌓아도 무너지는 모래 위에
아침처럼 거기 있는 꿈
.............................................................
밤새 뒤척이며 잠을 설쳤다.
살얼음 깔린 진흙 바닥에서
나는 누군가와 녹초가 되도록 뒤엉켜 싸웠다.
내 팔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그의 턱을 향해
남아있는 힘을 다해 주먹을 내리쳤다.
깜짝 놀라 잠이 깬다.
내 옆에 누운 작은 보퉁이만한 아이의 가녀린 갈빗대가 만져진다.
다행히 그 가녀린 몸통에 내 주먹이 닿지 않았다.
새벽 3시 34분
밤 새 치른 백병전의 분노가 채 가라앉지 않았다.
거울엔 붉어진 흰자위 핏줄 하나하나가 적나라하게 비춰지고
전쟁같은 지난 시간의 그림자가 부연 물때로 앉았다.
다시 잠자리로 돌아와
작은 보퉁이만한 아이 몸통을 가만히 안아 본다.
억지로 감싸 안은 팔을 벗어나려 꿈틀거리는 아이를
다시 끌어다 안는다.
차라리 아이의 꿈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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