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가까이서 쓴다


                                         박남준

 

멀리서 가까이서,
쓴다 사는 일도 어쩌면 그렇게
덧없고 덧없는지
후두둑 눈물처럼 연보라 오동꽃들,
진다 덧없다 덧없이 진다
이를 악물어도 소용없다


모진 바람불고 비,
밤비 내리는지 처마끝 낙숫물 소리
잎 진 저문 날의 가을 숲 같다
여전하다 세상은
이 산 중, 아침이면 봄비를 맞은 꽃들 한창이겠다


하릴없다
지는 줄 알면서도 꽃들 피어난다
어쩌랴, 목숨 지기 전엔 이 지상에서 기다려야 할
그리움 남아 있는데 멀리서,
가까이서 쓴다
너에게, 쓴다
...........................................................................

연 초록 잎 싹이 나기 전에 피는 꽃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며칠 따뜻한 기운이다 싶었더니만
개나리 한 가지에 새 잎이랑 꽃망울이랑 다 같이 매달렸다.
자목련, 백목련, 벚꽃까지 앞다투어 피고 난리다.


꽃 잔치를 한 번에 마치려는 듯
노란 꽃, 분홍 꽃, 흰 꽃, 보라 꽃이
한꺼번에 여기저기 온 천지 사방에 다 폈다.


꽃 잔치가 벌어져서인가?
가슴도 두근거리고
심장도 벌렁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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