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대
                      정두리


우리는 누구입니까
빈 언덕의 자운영꽃
혼자 힘으로 일어설 수 없는 반짝이는 조약돌
이름을 얻지 못한 구석진 마을의 투명한 시냇물
일제히 흰 띠를 두르고 스스로 다가오는 첫눈입니다


우리는 무엇입니까
늘 앞질러 사랑케 하실 힘 덜어내고
몇 배로 다시 고이는 힘
이파리도 되고 실팍한 줄기도 되고
아! 한목에 그대를 다 품을 수 있는 씨앗으로
남고 싶습니다
허물없이 맨발인 넉넉한 저녁입니다
뜨거운 목젖까지 알아내고도 코끝으로까지
발이 저린 우리는 나무입니다


우리는 어떤 노래입니까
이노리나무 정수리에 낭낭 걸린 노래 한 소절
아름다운 세상을 눈물나게 하는
눈물나는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그대와 나는 두고두고 사랑해야 합니다


그것이 내가 네게로 이르는 길
네가 깨끗한 얼굴로 내게로 되돌아오는 길
그대와 나는 내리내리 사랑하는 일만
남겨두어야 합니다.

.....................................

 

어릴적 이태원씨의 감미로운 노래 '그대'


" 그대 아름다운 얼굴에
  슬픈 미소 짓지 말아요
  그대 사랑하는 이마음 언제라도 있지요
  그대 아름다운 마음에
  슬픈 추억 갖지 말아요
  그대 좋아하는 이마음 언제라도 있지요 "


이 곡에 아나운서 서동숙 씨가 낭송한 시이다.
참 좋아했던 노래였는데, 요즘엔 자주 들을 수가 없다.
잊혀져서가 아니고 멀어져서...


사람도 그렇다.
자주 만날 수가 없다.
그 사람을 영영 잊어버려서가 아니라
멀어져서...


하지만 가끔씩이나마 그리워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이 하늘 아래 살고 있으니...

작은 들꽃 34


                              조병화


사랑스러운 작은 들꽃아,
내가 지금 짊어지고 있는
이 이승의 짐 중에서
가장 무거운 짐이 사랑이로구나
가장 소중한 짐이 사랑이로구나
내려놓을 수 없는 것이 사랑이로구나.


사랑스러운 작은 들꽃아,
나는 지금 이곳, 이 자리까지
눈에 보이는 짐은 버리고 왔건만
내려놓을 수 없는 짐 하나가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이로구나.


사랑스러운 작은 들꽃아,
그런데 사랑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나누는 짐이란다
가장 외로운 사람들이 나누는 짐이란다
가장 쓸쓸한 사람들이 나누는 짐이란다
서로 소리 나지 않게 주며 받으며
서로 멀리 이어 가는 가벼우면서도
가장 무거운 짐이란다.


그런데 사랑스러운 작은 들꽃아,
사랑은 소유가 아니란다
사랑은 혼자 갖는 것이 아니란다
사랑은 강요해서는 안 되는 것이란다
사랑은 그저 사랑하는 것이란다.


사랑스러운 작은 들꽃아,
사랑은 영원히 갖고 싶어진단다
사랑은 혼자만이 갖고 싶어진단다.


그러나 사랑스러운 작은 들꽃아,
사랑은 사랑함으로써 행복해야 한단다
사랑은 사랑받음으로써 행복해야 한단다.


아, 사랑은 사랑으로 행복해야 한단다.

........................................................

 

사랑은 사랑으로 행복해야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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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 사과를 먹다

 

                                  황인숙  

 
사과 껍질의 붉은 끈이
구불구불 길어진다.
사과즙이 손끝에서
손목으로 흘러내린다
향긋한 사과 내음이 기어든다.
나는 깎은 사과를 접시 위에서 조각낸 다음
무심히 깔끝으로
한 조각 찍어올려 입에 넣는다.
 

"그러지 마. 칼로 음식을 먹으면
가슴 아픈 일을 당한대."
언니는 말했었다.


세상에는
칼로 무엇을 먹이는 사람 또한 있겠지.
(그 또한 가슴이 아프겠지)


칼로 사과를 먹으면서
언니의 말이 떠오르고
내가 칼로 무엇을 먹인 사람들이 떠오르고
아아, 그때 나,
왜 그랬을까.....


나는 계속
칼로 사과를 찍어 먹는다.
(젊다는 건,
아직 가슴 아플
많은 일이 남아 있다는 건데.
그걸 아직
두려워한다는 건데.)

...........................................................

별 생각없이 내뱉은 한마디의 말,
무심코 한 행동이
본의 아니게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거나
혹은 상처를 받는 일이 있습니다.

 

언젠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의 말로 다시는
연락할 수 없게 된 친구가 생각납니다.

 

친구들과 농담으로 한 말이었는데,
그 친구는 그 농담을 단순히 농담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었던 거죠...

 

우리는 그걸 전혀 몰랐었고,
그래도 어릴적부터 친했던 친구라고
그래서 잘 안다고...
그냥 별 일 아니라고...

 

연락처도 바꾸고 연락도 않는 그 친구를
그 뒤로는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합니다.

 

다시 만나면 소주 한 잔이라도 기울이며

'미안했다, 친구야'

하며 사과라도 해야할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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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서울시향 정기연주회 전체일정 보기

일정 공연장 지휘 협연 프로그램 구분
1. 2 (금)
패키지제외
세종문화회관 정명훈 조경화(소)양송미(메조) 박성규(테)손혜수(베) 서울시합창단,국립합창단 서울모테트합창단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신년음악회(New Year's Concert)
1.16 (금) 세종문화회관 정명훈 라그스 포그트 드뷔시,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모음곡(발췌)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림스키코르사코프, 셰에라자드 마스터피스 시리즈 I
1.22 (금) 예술의전당 정명훈 알렉산다르 마자르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7번 브루크너, 교향곡 7번 (노바크 판) 마스터피스 시리즈 II
2. 6 (금)
패키지제외
세종 체임버홀 서울시립교향악단 단원 실내악 시리즈 I
2.19 (금) 예술의전당 성시연 알렉산드르 가브릴뤼크 시벨리우스, 포욜라의 딸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2번 버르토크, 중국의 이상한 관리 (전곡) 뉴 웨이브 시리즈 I
3. 5 (목) 세종문화회관 정명훈 핀긴 콜린즈 보로딘, 폴로베츠인의 춤 슈만, 피아노 협주곡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 마스터피스 시리즈 III
3.15 (일) 예술의전당 로센 밀라노프 솔 가베타 드뷔시, 목신의 오후 전주곡 엘가, 첼로 협주곡 차이콥스키, 만프레드 교향곡 명 협주곡 시리즈 I
3.27 (금) 예술의전당 키릴 카라비츠 김선욱 무소륵스키, 민둥산의 하룻밤 (스토콥스키 편곡)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비르투오조 시리즈 I (Virtuoso Series II)
4.29 (수) 예술의전당 피에타리 인키넨 사이먼 트르프체스키 릴번, 아오테아로아 서곡 릴번
아오테아로아 서곡
시벨리우스, 교향곡 5번
명 협주곡 시리즈 II(Great Concertos Series II)
5. 3 (일) 예술의전당 정명훈 브루크너, 교향곡 8번 마스터피스 시리즈 IV (Masterpiece Series IV)
5.14 (목) 예술의전당 스코트 유 지앤 왕 마르티누, 두 현악 오케스트라와 피아노, 팀파니를 위한 이중 협주곡/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 차이콥스키, 교향곡 1번 “겨울날의 몽상” 비르투오조 시리즈 II (Virtuoso Series II)
5.27 (수) 예술의전당 스테판 드네브 비비아네 하그너 뒤티외, 교향곡 1번/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협주곡 2번/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협주곡 2번 뉴 웨이브 시리즈 II (New Wave Series II)
6. 5 (금) 예술의전당 얀파스칼 토르틀리에 콜린 커리 라벨, 어릿광대의 아침 노래/ 힉던, 타악기 협주곡/ 프랑크, 교향곡 d단조 비르투오조 시리즈 III (Virtuoso Series III)
6.12 (금)
패키지제외
세종 체임버홀 서울시립교향악단 단원 실내악 시리즈 II
6.19 (금) 세종문화회관 정명훈 마리나 포플라프스카야(소)/ 다닐 슈토다(테)/ 바실리 게렐로(바)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 (콘서트 버전) 마스터피스 시리즈 V (Masterpiece Series V)
7.31 (금) 예술의전당 마이클 프랜시스 리카르도 모랄레스 슈만, 만프레드 서곡/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슈베르트, 교향곡 9번 “그레이트” 명 협주곡 시리즈 III (Great Concertos Series III)
9.17 (목) 예술의전당 앤드류 그램스 잉디 선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레스피기, 로마의 소나무 명 협주곡 시리즈 IV (Great Concertos Series IV)
10. 1 (목) 예술의전당 미코 프랑크 세르게이 하차트리얀 라흐마니노프, 죽음의 섬/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1번/ 베토벤, 교향곡 5번 비르투오조 시리즈 IV (Virtuoso Series IV)
10.10 (토) 예술의전당 미코 프랑크 호칸 하르덴베리에르 라벨, 라 발스/ 마르틴손, 트럼펫 협주곡/ 베토벤, 교향곡 7번 뉴 웨이브 시리즈 IV (New Wave Series Ⅳ)
11. 6 (금)
패키지제외
세종 체임버홀 서울시립교향악단 단원 실내악 시리즈 III (Chamber Music Series III)
11.13 (금) 예술의전당 정명훈 세드릭 티베르기앵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17번/ 브루크너, 교향곡 9번 마스터피스 시리즈 VI (Masterpiece Series VI)
11.29 (일) 예술의전당 루도빅 모를로 크리스틴 라이스 리아도프, 마법의 호수/ 라벨, 셰에라자드/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7번 뉴 웨이브 시리즈 IV (New Wave Series Ⅳ)
12.22 (화) 예술의전당 정명훈 미정 라벨, 스페인 광시곡/ 베를리오즈, 환상 교향곡 외 마스터피스 시리즈 VII (Masterpiece Series VII)
12.30 (수) 예술의전당 정명훈 미정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마스터피스 시리즈 VIII (Masterpiece Series VIII)

* 본 연주회 일정, 장소, 연주자 등은 사정에 의해 예고없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
 

최근 정명훈 단장님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로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여 새롭게 태어나고 있는...

'서울 시향'의 2009년 연주회 일정입니다...

기회가 되시면 꼭 한 번 공연을 관람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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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매력적인 얼굴에 몸매입니다.

ㅎㄷㄷ

메모 :

상유십이 순신불사(尙有十二  舜臣不死)

삼가 아뢰오니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고,  순신은 죽지 않았습니다
...

 

임진왜란(정유재란, 1592~1598년) 때 삼도수군통제사였던 이순신이

조정의 ‘정치 싸움’에 휩쓸려 죽임을 당할 뻔하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옥살이를 하고 나와,

선조에게 피폐한 조선 수군의 현황을 보고하면서 남긴 말이다.

 

그는 이 후 세계 해전사에 길이 남을 왜와의 대전투를 모두 승리로 이끈다.

 

어려운 시기(난세)이다.

하지만 굴하지 않는다.

아직 갈 길이 멀고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 전 시 명  : 서양미술거장전 : 램브란트를 만나다

- 전시기간 : 2008년 11월 7일 - 2009년 2월 26일

- 전시장소 :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

- 관람시간 : 오전 10시 - 오후 7시

- 휴 관 일  : 1월 12일(월), 2월 23일(월)

- 전시문의 : 02-2113-3400

- 주차안내 : 관람티켓 제시 2시간 이내 2,000원

- 관람요금 : 개인 성인 12,000원,  청소년 9,000원, 어린이 7,000원, 만4-6세 5,000원 (단체 20인 이상 할인)

 빙 어

                               최을원


소양호,
빙판 구멍에 긴 촉수 내리고 앉은 사람들
깊고 어두운 곳에서 올라온 기억이 눈부시게 파닥거린다
그 젊은 날, 소양호는 허공에 떠 있는 유리공이었다
유리공 너머에서, 계절이 휘어지고, 건조한 햇살도 휘어지고,
속이 훤히 비치는 풋사랑도 휘어졌었다
세상은 너무도 투명해서 공지천 똥물조차도
대학 노트만한 여인숙 방 하나 가릴 수 없었다
내 속에 심해어처럼 숨어 있던,
부끄러움이 부끄러움에게 건네던 말들이
지금, 내 손바닥 위에서 파닥이고 있다
알몸의 기억 초고추장에 찍으면,
몇 개의 거리들, 포구들, 주점들이 혀끝을 찌르며 지나간다
삭풍이 광활한 마당을 쓸고 있다
유배된 날들이 계곡으로 쓸려가고 있다
裸木들이 등뼈 완강한 산을 오르고,
소양호는 여전히 산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유리공은 없다
내장마저 서럽게 내비치던 날들은 이젠 없다
겨울새 한 마리 계곡마다 끝없이 기웃거려도
유리공 속에 갇혀 은빛 비늘 반짝이던 시간들
그곳으로 결코 회귀할 수 없음을, 나도,
오래 전 나를 떠나간 사랑도,
서로의 비린내를 나누어 갖고
이 도시의 어두운 터미널을 빠져나간 그 모든 연인들도
그때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

내 젊은 날의 고독과 아픔, 상실과 동정심이 고스란히 떠 있는 소양호,

그 곳에 가본지도 벌써 10여년이 훌쩍 넘었다.

그래, 지금 돌이켜보면 그 허무의 시간이 성찰의 틈을 주기도 했음을...

이제는 그런 여유도 갖지 못하고 있다.

세상 그 무엇도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 없음을,

지나간 시간은 그저 추억의 한 장면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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