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이유


                      마종기


꽃이 피는 이유를
전에는 몰랐다.
꽃이 필 적마다 꽃나무 전체가
작게 떠는 것도 몰랐다.


꽃이 지는 이유도
전에는 몰랐다.
꽃이 질 적마다 나무 주위에는
잠에서 깨어나는
물 젖은 바람 소리.


사랑해본 적이 있는가.
누가 물어보면 어쩔까.
.......................................................

하루가 저문다.

좀체 사그라들지 않는 열기

진동하는 밤꽃 향

훌쩍 오후를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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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낮잠


                    문태준


낮잠에서 깨어나면
나는 꽃을 보내고 남은 나무가 된다


혼이 이렇게 하루에도 몇 번
낯선 곳에 혼자 남겨질 때가 있으니


오늘도 뒷걸음 뒷걸음치는 겁 많은 노루꿈을 꾸었다


꿈은, 멀어져가는 낮꿈은
친정 왔다 돌아가는 눈물 많은 누이 같다


낮잠에서 깨어나 나는 찬물로 입을 한 번 헹구고
주먹을 꼭 쥐어보며 아득히 먼 넝쿨에 산다는 산꿩 우는 소리 듣는다


오후는 속이 빈 나무처럼 서 있다.

.............................................................

평소 내가 아끼던 기타가 넘어지면서
기타 목이 딱 부러져버리는 꿈을 꿨다.
짧은 탄식이 터지며 안타까움이 푸른 잉크처럼 퍼진다.
가슴팍 한가운데가 얼음을 댄 것처럼 시려온다.
꿈이다.


오늘은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던 비가 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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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같은 정을 주리라


                                   김남조


너로 말하건 또한
나로 말하더라도
빈 손 빈 가슴으로
왔다가는 사람이지


기린 모양의 긴 모가지에
멋있게 빛을 걸고 서 있는 친구
가로등의 불빛으로
눈이 어리었을까


엇갈리어 지나가다
얼굴 반쯤 그만 봐버린 사람아
요샌 참 너무 많이
네 생각이 난다


사락사락 사락눈이
한 줌 뿌리면
솜털같은 실비가
비단결 물보라로 적시는 첫봄인데
너도 빗물같은 정을
양손으로 받아 주렴


비는
뿌린 후에 거두지 않음이니
나도 스스로운 사랑으로 주고
달라진 않으리라
아무것도


무상(無償)으로 주는
정의 자욱마다엔 무슨 꽃이 피는가
이름 없는 벗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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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김명은


어떤 기다림이 지쳐 무료가 되는지,
가끔씩 개를 끌고 골목 끝으로 나가
지나가는 차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눈이 시리도록 깜박이는 신호등 네 길거리지만
나는 너의 행간이 아니라서
비켜섰다가 돌아오는 길,
겨우내 키를 움츠려 넘보지 못했던
엄동의 담장 저쪽, 못 지킨 약속 하나 있어
끝끝내 봄 밀려오는지,
까치발로 그 추위 다 받들어
가장 높은 가지 끝으로 목련 한 송이 피어난다.
다시 며칠 사이에도 내내 할 일이 없어
개를 끌고 골목 끝으로 나가면
건답 위 봄 파종같이 뿌려진 인파들,
무더기 밀린 약속 한꺼번에 치러내려는 듯
만개의 목련 길바닥까지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다.
세상은 참 바쁘다, 어느 사이 나는
얼음의 문신 홀로 몸 속에 새겨넣었는지.
해동이 안 되는 기다림과 권태 속으로
느릿느릿 시건이 가 닿는 저 건너 공터 어디쯤
겨우내 짓고 있었던 마음의 폐허,
그 얼음집 다 세우기도 전에
어느개 끈을 끊고 개가 사라져버린 골목 입구를
혼자서, 혼자서 우두커니 지켜본다.
......................................................................

시인은 두 눈으로 참 많은 것을 본다.
몸 하나로 참 많은 것을 느낀다.


누구나에게 주어지는 한 순간,
이미
스무 줄을 훌쩍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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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정 역에서 잠이 들다


                                      강현덕


낙동강 물안개에
질식이라도 했는지
한낮의 미루나무
눈도 뜨지 못한다
기차는 오지를 않고
철컥철컥 오지를 않고


긴 의자에 삐죽 나온
못 같은 나를 돌아보다
안개 속에 감추어 둔
나의 아침을 생각하다
한림정 작은 역사에 기대
널 꿈꾸려 잠들다

....................................................

나른한 하늘 빛,
더위 먹은 바람,
열기로 가득한 태양 아래
모두, 정!지!


머릿속마저 멈춰버린 오후,
널 꿈꾸려 잠이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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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RO 2012 조편성

 

A조 B조 C조 D조

폴란드

네덜란드

스페인

우크라이나

그리스

덴마크

이탈리아

스웨덴

러시아

독일

아일랜드

프랑스

체코

포르투갈

크로아티아

잉글랜드

 

기    간 : 2012년 6월 9일 ~ 7월 2일 (한국기준)
개 최 지 : 폴란드, 우크라이나

 

본선 조별리그 (6.9 ~ 6.20)
구분 대진 일시 (한국기준) 장소
A조 폴란드    :   그리스 2012. 6. 9(토), 02:00 내셔널 스타디움 바르샤바
러시아    :   체 코 2012. 6. 9(토), 04:45 브로츠와프 시립 경기장
B조 네덜란드 :   덴마크 2012. 6. 10(일), 02:00 메탈리스트 스타디움
독일       :   포르투갈 2012. 6. 10(일), 04:45 아레나 르비프
C조 스페인    :   이탈리아 2012. 6. 11(월), 02:00 아레나 그단스크
아일랜드 :   크로아티아 2012. 6. 11(월), 04:45 포즈난 시립 경기장
D조 프랑스    :   잉글랜드 2012. 6. 12(화), 02:00 돈바스 아레나
스웨덴    :   우크라이나 2012. 6. 12(화), 04:45 키예프 올림픽 스타디움
A조 그리스    :   체코 2012. 6. 13(수), 02:00 브로츠와프 시립 경기장
폴란드    :   러시아 2012. 6. 13(수), 04:45 내셔널 스타디움 바르샤바
B조 덴마크    :   포르투갈 2012. 6. 14(목), 02:00 아레나 르비프
네덜란드 :   독일 2012. 6. 14(목), 04:45 메탈리스트 스타디움
C조 이탈리아 :   크로아티아 2012. 6. 15(금), 02:00 포즈난 시립 경기장
스페인    :   아일랜드 2012. 6. 15(금), 04:45 아레나 그단스크
D조 프랑스    :   우크라이나 2012. 6. 16(토), 02:00 돈바스 아레나
스웨덴    :   잉글랜드 2012. 6. 16(토), 04:45 키예프 올림픽 스타디움
A조 그리스    :   러시아 2012. 6. 17(일), 04:45 내셔널 스타디움 바르샤바
체코       :   폴란드 2012. 6. 17(일), 04:45 브로츠와프 시립 경기장
B조 포르투갈 :   네덜란드 2012. 6. 18(월), 04:45 메탈리스트 스타디움
덴마크    :   독일 2012. 6. 18(월), 04:45 아레나 르비프
C조 스페인    :   크로아티아 2012. 6. 19(화), 04:45 아레나 그단스크
이탈리아 :   아일랜드 2012. 6. 19(화), 04:45 포즈난 시립 경기장
D조 스웨덴    :   프랑스 2012. 6. 20(수), 04:45 키예프 올림픽 스타디움
잉글랜드 :   우크라이나 2012. 6. 20(수), 04:45 돈바스 아레나
토너먼트 라운드 (6.21 ~ 7.1)
구분 대진 일시 (현지시각) 장소
8강전 A조 1위   :  B조 2위 2012. 6. 21(목), 20:45 내셔널 스타디움 바르샤바
8강전 B조 1위   :  A조 2위 2012. 6. 22(금), 20:45 아레나 그단스크
8강전 C조 1위   :  D조 2위 2012. 6. 23(토), 20:45 돈바스 아레나
8강전 D조 1위   :  C조 2위 2012. 6. 24(일), 20:45 키예프 올림픽 스타디움
4강전   2012. 6. 27(수), 20:45 돈바스 아레나
4강전   2012. 6. 28(목), 20:45 내셔널 스타디움 바르샤바
결승전   2012. 7.  1(일), 20:45 키예프 올림픽 스타디움

더딘 사랑


              이정록


돌부처는
눈 한번 감았다 뜨면 모래무덤이 된다
눈 깜짝할 사이도 없다


그대여
모든 게 순간이었다고 말하지 마라
달은 윙크 한번 하는데 한 달이나 걸린다
.....................................................................

전적으로 누구의 편이 되는 것...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평생토록 내 편이 되어주면 좋겠다.
나 역시 네 편이 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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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흙

 

                        조은


잠시 앉았다 온 곳에서
씨앗들이 묻어 왔다


씨앗들이 내 몸으로 흐르는
물길을 알았는지 떨어지지 않는다
씨앗들이 물이 순환되는 곳에서 풍기는
흙내를 맡으며 발아되는지
잉태의 기억도 생산의 기억도 없는
내 몸이 낯설다


언젠가 내게도
뿌리내리고 싶은 곳이 있었다
그 뿌리에서 꽃을 보려던 시절이 있었다
다시는 그 마음을 가질 수 없는
내 고통은 그곳에서
샘물처럼 올라온다


씨앗을 달고 그대로 살아보기로 한다
..............................................................

인생은 언제나
초행(初行)길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언제까지 가야 하는지도 모르는,
그래서 헤매는 것이 당연한,


물어서 가고

때론 돌아가야만 하는,
그러다 지치면 잠시 쉬어가는,
낯설기만 한
초행(初行)길


누군가 옆에 있으면 그것으로 든든한,
함께 갈 누군가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고마운,
초행(初行)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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