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서


            서정윤


마음에서 시작된 방황
배는 결국 뭍에서 닻을 내리고
번뇌와의 싸움 또한
내 속에서 사라져야 함을 알지만
마음을 깨달을 때
나는 말할 수 있었다.
빗방울은 연꽃에 맺힐 뿐
꽃잎을 적시지 않는다.
...................................................

잃어버린 물건
잃어버린 시간
잃어버린 사람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생각이
슬픔과 천착하지 않도록
한 발짝 물러나야 한다.
그 무엇을 잃어버렸다한들
내 인생이 슬프지는 않으니.


조금 슬프고
조금 아프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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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꽃


                       김준태


어릴 적엔 떨어지는 감꽃을 셌지
전쟁통엔 죽은 병사들의 머리를 세고
지금은 엄지에 침 발라 돈을 세지
그런데 먼 훗날엔 무엇을 셀까 몰라.
................................................................................


새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일어났었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되라고.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왼가슴에 손을 얹고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 할 것을 거의 매일 다짐했다.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여성 대통령이 청와대 안가에서 온갖 주사로 연명하는 동안, 수백명의 아이들이 차디찬 바닷속으로 수장됐고,

황금의 국회의원 보람을 가슴에 단 의원들이 '내가 최순실이다.' 라고 국회앞에서 시위를 하고,

신성한 국회 본회의장에서 졸고 있는 동안, 쥐새끼 같은 잡것들이 나라 살림을 죄다 갉아먹었다.
자랑스런 태극기와 이유를 알수 없는 성조기를 들고 거리로 나선 이들이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에 빠진 대통령을 옹호할 때,

대한민국이 좋은 나라이기를 갈망했던 수천만의 국민들이 하나 되어 한겨울내내 촛불 하나 들고 거리로 나서서 국정농단세력으로부터 겨우 내 나라를 되찾고,

여성대통령을 파면, 구속시키고, 사람다운 대통령을 뽑았다. 나라다운 나라,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하여.

하지만 아직도 '내가 최순실' 이라 말했던 의원들이 여전히 국회에서 의원님 노릇을 하고 있고, 국정 농단세력의 재판은 아직 진행중이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의 갈 길이 참 멀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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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김광섭

 

나의 마음은 고요한 물결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고,
 

구름이 지나가도
그림자 지는 곳.
 

돌을 던지는 사람,
고기를 낚는 사람, 
노래를 부르는 사람.
 

이 물가 외로운 밤이면, 
별은 고요히 물 위에 내리고,
숲은 말없이 잠드나니.
 

행여 백조가 오는 날 
이 물가 어지러울까,
나는 밤마다 꿈을 덮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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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


유난히 길었던 겨울,
차디찬 칼바람에 맞서
촛불 하나 켜 들고
사람 사는 세상을 밝히는 이들이
모였다.


어둠은 결코 빛을 이길 수 없기에
반드시 이 가녀린 빛을 하나로 모아
저 더러운 어둠을 몰아낼 것이다.


이 나라가 어떤 나라인가?


감히 우리나라를 더럽히고
흰 백성을 어지럽히는 무리들을
어찌 관용하고 용서할 것인가?


하나 된 촛불로 넉넉히
어둠의 찬 기운을 모두 몰아내고
온 세상을 훤히 밝힐 것이다.


참세상의 아침.
그리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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