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절초


                            오인태


사연 없이 피는 꽃이 어디 있겠냐만
하필 마음 여린 이 시절에 어쩌자고
구구절절 피어서 사람의 발목을 붙드느냐.
여름내 얼마나 속끓이며
이불자락을 흥건히 적셨을 길래
마른 자국마다 눈물 꽃이 피어
사람의 가슴을 아프게 치대느냐.
꽃이나 사람이나 사는 일은
이렇듯 다 구구절절 소금 같은 일인 걸
아, 구절초 흩뿌려져 쓰라린 날


독한 술 한잔 가슴에 붓고 싶은 날
............................................................

땀과 눈물
흙과 바람
열정과 정염
인내와 고독
그리고 기다림, 또 기다림


어느 꽃이라고 그냥 뜻 없이 피겠는가?
어느 누구의 사랑이 그냥 이루어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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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김재진


믿었던 사람의 등을 보거나
사랑하는 이의 무관심에 다친 마음 펴지지 않을 때
섭섭함 버리고 이 말을 생각해보라.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두번이나 세 번, 아니 그 이상으로 몇 번쯤 더 그렇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려 보라.
실제로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지금 사랑에 빠져 있거나 설령
심지 굳은 누군가 함께 있다 해도 다 허상일뿐
완전한 반려란 없다.
겨울을 뚫고 핀 개나리의 샛노랑이 우리 눈을 끌듯
한때의 초록이 들판을 물들이듯
그렇듯 순간일뿐
청춘이 영원하지 않은 것처럼
그 무엇도 완전히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이란 없다.


함께 한다는 건 이해한다는 말
그러나 누가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
얼마쯤 쓸쓸하거나 아니면 서러운 마음이
짠 소금물처럼 내밀한 가슴 속살을 저며 놓는다 해도
수긍해야 할 일.
어차피 수긍할 수 밖에 없는 일.
상투적으로 말해 삶이란 그런 것.
인생이란 다 그런것.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혼자가 주는 텅 빔,
텅 빈 것의 그 가득한 여운
그것을 사랑하라.
숭숭 구멍 뚫린 천장을 통해 바라뵈는 밤하늘 같은
투명한 슬픔 같은
혼자만의 시간에 길들라.
별들은
멀고 먼 거리, 시간이라 할 수 없는 수많은 세월 넘어
저 홀로 반짝이고 있지 않은 가.
반짝이는 것은 그렇듯 혼자다.


가을날 길을 묻는 나그네처럼, 텅 빈 수숫대처럼
온몸에 바람소릴 챙겨 넣고
떠나라.
..........................................................................

언제 어디서나 항상 변함없이 위안이 되고 위로가 되는
마음 따뜻한 이가 곁에 있으면 좋겠지요.
그런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은 축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늘 혼자여야만 하는 것이 우리의 삶의 본질이기에
우리가 느끼는 고독, 외로움은 언제나 자신의 몫이됩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 겠지요.

시인의 말처럼 찻잔처럼 따뜻하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그런 그리움, 외로움이면 좋겠습니다.

 

 고독

 

                김선굉


바람이 나를 스쳐만 간다

내 가슴은 불어주지 않고

건드려도 아프지 않은

머리칼이나 여름옷 따위

내 가슴은 불어주지 않고

푸른 들판을 구비구비

어루만지듯 불고 있다.

...............................................

오늘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부는 날

이런 날이면 이 시가

그리고, 바람이 생각납니다.

 

고독한 것이 나일까

아니면 부는 바람일까...

시리디 시린 내 가슴을

혹시 불까봐

덜컥 겁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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