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에도 사람은 살지 않는다
―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7


                                                  이문재

 
그래도 키 낮은 골목에는 사람이 아직
살겠거니 했다, 북한산 그늘이 깊은 수유리
목을 빼면 셋방 가구 등속이 보이는 골목들
고개 숙이며 드나드는 사람들 속에는 아직
사람 같은 그 무엇인가 깃들여 뜨겁거나
때로 덜컹댈 것이었지만, 살 부벼댈 오래 된
마음들 있겠거니 했다, 해서 등꽃 파랗게 피면
삶은 아직 삶아진 것이 아니라고
감나무에서 감 덜 익은 것 떨어지면, 그게
생명을 생명이게 하는 솎아냄이라고
올 사람 없지만 현관에 불 밝히곤 했다
공휴일 저녁, 잔광이 훤하게 수유리를
덮고, 쉰 두부도 파는 아저씨 요령 소리
골목에 자욱해서, 반바지 입고 골목길
도는데, 아, 늙은 아버지 손등 힘줄 같은
골목길에 사람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열려 있는 모든, 키 작은 창문에서는
주말연속극만 왕왕거리며 넘쳐 나왔다, 키 낮은
골목에는 한 사람도 없었다, 나는 현관 불을
꺼버렸다, 마감뉴스 시그널이 들려온다
골목에도 벌써부터 저런 것들만
살고 있는 것이었다
.........................................................................

너와 내가 다름을 인정하고
저마다 타고 나는 것이 같지 않음을 알고
구별하는 지혜


구별하지 못하고 행했던 수많은 선택의 오류
대가(代價)를 치러야 했던 시간
결코 헛되지 않으나 되풀이 해서는 안된다.


항상 지혜를 구하고 실천해야 한다.
사람답게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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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안으로 열리는 봄날의 동화(童話)


                                                        정원

 
봄은 아이들 시린 손끝에서 왔다
 

골목 안은,
어김없이 가위질 소리로 짤랑거리고
덩달아 온 세상 흰 밥풀꽃 가득한 뻥튀기 소리
와아, 골목 안 가득 풀려나오면
햇살처럼 환하게 웃음이 되는 아이들
달그락달그락 알사탕 같은 꿈들은 호주머니 속 숨겨둔
꽃망울처럼
시린 바람 끝에서도 붉었다
햇살에 투영되는 꽃무늬, 유리알 속엔
알록달록 봄을 틔우는 화원(花園)이 열리고
동네 골목골목 안은 그 화음에
구슬 같은 아이들의 눈빛으로 가득 채워지곤 했다
냄비, 헌 세숫대야, 그렇게 찌글찌글한 “찌글이” 아저씨는
아이들 입에서 동실동실 허연 엿가루의 봄날을 띄우고
봄바람에 갈라 터진 손등, 닳아빠진 소매 깃엔
이따금 춘삼월을 어루는 흰 조팝꽃 같은
이른 봄빛이 마구 피어오르곤 했다

 
골목 길,
아이들 하나 둘 길 위에 비워지고
전등불 스윽 노란 개나리꽃 한 다발 피워낼 즈음
봄날은 그렇게 장난기 많은 얼굴로
아이들의 긴 그림자 꼬리를 물고 서 있곤 했었다.
.......................................................................

번거로운 하루 해가 저물고 있다.

내일은 오늘보다는 좀 덜 분주해지길...

 

아니, 내일 하루쯤은

햇살 가득한 봄 볕 맞으러

골목길이며, 들판이며, 언덕 길을

한가로이 걸어보면 좋겠다.

 

지난 기억 한 자락 둘둘 말아 배낭에 담고,

꽃 비 맞으러, 꽃 바람 맞으러

설렁설렁 걸어 다니면 좋겠다.

 

내딛는 걸음마다

꽃 눈이 펑펑 터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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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iJ6ThgYyh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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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식 (1958년 1월 7일 - 1990년 11월 1일)

 

 

1988년 말, 송병준 곡 '언제나 그대 내곁에'를 타이틀로 한 4집 앨범을 발표하는데,

신촌블루스 2집 앨범에도 참여하여 '골목길' 등을 녹음하였다.
바로 그해 음반판매량 최다 음반 가수에게 수여되는 일간스포츠 골든디스크상을 첫수상하였다.

 

 

 

김현식 - 김현식 Vol.4 (4집) [1988]

 

1. 언제나 그대 내곁에  (김현식,송병준 작사/ 송병준 작곡)
2. 여름밤의 꿈  (윤상 작사/ 윤상 작곡)
3. 한밤중에  (이정선작사/ 이정선 작곡)
4. 이제는  (김현식 작사/ 김현식 작곡)
5. 우리네 인생  (이정선 작사/ 이정선 작곡)
6. 사랑할 수 없어  (김현식 작사/ 장기호 작곡)
7. 그대 내 품에  (유재하 작사/ 유재하 작곡)
8. 기다리겠소  (김영배 작사/ 김영배 작곡)
9. 한국사람 (하모니카 연주곡)
10. 우리처음 만난 날  (김현식 작사/ 김현식 작곡)

 


1989년에는 강인원, 권인하와 함께 영화 '비오는 날 수채화'의 사운드트랙을 녹음하였으며,

신촌블루스 3집 앨범에도 참여하여 엄인호, 한영애, 정서용 등과 함께 최고의 음반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재기콘서트 이 후 계속되는 밤샘 작업, 폭음, 줄담배 등이 그의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1990년 3월에 '넋두리'를 타이틀곡으로 5집 앨범이 발표된다.

 

 

 

김현식 - Kim Hyun Sik 5 (5집) [1990]

 

1. 향기없는 꽃  (이창수 작사/ 이창수 작곡)
2. 넋두리  (김현식 작사/ 김현식 작곡)
3. 그 거리 그 벤취  (강인원 작사/ 강인원 작곡)
4. 도시의 밤  (김효성 작사/ 김효성 작곡)
5. 거울이 되어  (이원재 작사/ 이원재 작곡)
6. 재회  (김현식 작사/ 김현식 작곡)
7. 사랑의 나눔이 있는 곳  (김현식 작사/ 김현식 작곡
)
8. 밤의 고독 속에서  (김현식 작사/ 김현식 작곡)
9. 할렐루야  (복음성가)

 

건강 악화로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와중에도 그의 음반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사랑과 평화'의 최이철, 김명수와 함께 그의 유작 앨범이 된 6집 앨범을 계속 진행하게 되는데,

음반작업을 거의 마쳐가던 1990년 11월 1일 오후 5시 20분에 자택에서 간경화로

33세의 짧은 생을 마감하고 만다.
그 직후 발표된 6집 앨범에 수록되었던 '내사랑 내곁에'는 그해 최고의 음반판매고를 올리며,

다시 일간스포츠 골든디스크상을 수상하게 된다.

 

 

 

김현식 - Kim Hyun Sik Vol. 6 (6집) [1991]

 

1. 내 사랑 내 곁에  (오태호 작사/ 오태호 작곡)
2. 나의 하루는  (김종진 작사/ 김종진 작곡)
3. 겨울바다  (김선욱 작사/ 최이철 작곡)
4. 한국사람 (하모니카 연주곡)
5. 사랑했어요  (김현식 작사/김현식 작곡)
6. 추억만들기  (김현식 작사/김현식 작곡)
7. 사랑 사랑 사랑  (김현식 작사/ 김현식 작곡)
8. 내 사랑 내 곁에  (연주곡)
9. 이별의 종착역  (손석우 작사/ 손석우 작곡)
10. 우리 이제  (하모니카 연주곡)

 

 

1996년에는 병상에서 즉흥으로 녹음한 노래들 중 미발표곡으로 구성된 앨범 'Self Portrait'가

발매되었고, 2000년에는 사망 10주기를 추모하여 후배 가수들이 헌정 앨범을 발매했다.

2002년 1월 22일에는 다시 병상에서 통기타 반주로 녹음한 미발표곡들을 모은 8집

'The Sickbed Live'가 발매되기도 했다.

 

 

 


대중가수로 불꽃처럼 치열한 생을 살다, 홀연히 떠나버린 김현식!

그의 음악에는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치열한 삶의 애환과 고독, 눈물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김현식, 그가 세상에 남긴 그의 음악을, 수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사랑하며 추억하고 있다.
그 열정과 순수를, 그 고독과 눈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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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목길 
              
                   김수현


보안등 희미하게 켜진
골목의 끝을
쓸쓸하게 끌어 안고


골목 한 귀퉁이에
무너져 내린 내 머리칼은
마음속에 비석을 세운다


일상의 불빛들이
희끗희끗 칼날처럼 쏟아지고


발걸음 멈추어 버린 내 발바닥은
온 밤을 쓸어 모은다


막다른 끄트머리 그곳에서...

....................................................
 
골목의 끝...

머리칼의 끝...

생의 끄트머리에서...

날카롭게 살갗을 저미는 바람맞고...

발걸을 멈추고 서성대는...

기다림 그 막막한 쓸쓸함의 끝,

좌절의 끝...

삶의 끝에서...

배회한다...

멀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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