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편지


                     곽재구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고통과 쓰라림과 목마름의 정령들은 잠들고
눈시울이 붉어진 인간의 혼들만 깜박거리는
아무도 모르는 고요한 그 시각에
아름다움은 새벽의 창을 열고
우리들 가슴의 깊숙한 뜨거움과 만난다
다시 고통하는 법을 익히기 시작해야겠다
이제 밝아 올 아침의 자유로운 새소리를 듣기 위하여
따스한 햇살과 바람과 라일락 꽃향기를 맡기 위하여
진정으로 진정으로 너를 사랑한다는 한마디
새벽 편지를 쓰기 위하여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희망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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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의 샘, 사랑의 샘, 희망의 샘...


마르지 않는 샘 하나,
내 가슴에도 흘러 넘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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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위하여


                                곽재구


너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굳게 껴안은 두 팔을 놓지 않으리
너를 향하는 뜨거운 마음이
두터운 네 등 위에 내려앉는
겨울날의 송이눈처럼 너를 포근하게
감싸 껴안을 수 있다면
너를 생각하는 마음이 더욱 깊어져
네 곁에 누울 수 없는 내 마음조차 더욱
편안하여 어머니의 무릎잠처럼
고요하게 나를 누일 수 있다면
그러나 결코 잠들지 않으리
두 눈을 뜨고 어둠 속을 질러오는
한세상의 슬픔을 보리
네게로 가는 마음의 길이 굽어져
오늘은 그 끝이 보이지 않더라도
네게로 가는 불빛 잃은 발걸음들이
어두워진 들판을 이리의 목소리로 울부짖더라도
너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굳게 껴안은 두 손을 풀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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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보내면서
늘 마음 한구석에 남는 아쉬움과 후회,


이제 하루 남은 2010년...
희망을 위하여 노래 한자락 불러봄이 어떤가?

사평역(沙平驛)에서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 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 두고
모두들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 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 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 가는 지
그리웠던 순간을 호명하며 나는
한 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

서슬 퍼런 새벽 서녘 하늘 한 가운데에
반쯤 남은 조각달이 콱 박혀있다.


매서운 겨울바람 닥칠게 두려워 창문을 열어보지도 못하고
멍하니 하늘 한 가운데를 뚫어지게 보다가
어제 떠나간 이와, 지난 달 어느 날 헤어지게 된 사람과
작년 이맘때 쯤 돌아가신 할머니가 떠올랐다.


문득, 우리 삶에서 시간의 의미가 과연 있을까 생각해 본다.


그 중요하다는 시간의 사용법과 활용의 이야기는 얼마나 많은지...
하지만 우리의 헤아림은 얼마나 되는지...


아직 잠이 덜 깬 아내의 뒤척임에 퍼뜩 정신이 든다.
동녘 하늘도 곧 밝아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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