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가 1학년 때였을까?

피아노 학원에서 준 거라며 작은 유리 컵에 든 행운목 토막을 들고 왔다.

그 후로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1미터쯤 자란 행운목은 커다란 화분에 옮겨져 있다.

 

어느 날, 행운목 꽃대가 불쑥 올라왔다. 물론 처음엔 꽃대인 줄도 몰랐다.

꽃대를 올리기 시작한 지, 거의 보름만에 꽃 망울이 하나 둘 맺히고 차츰차츰 꽃대도 자라 길이만 40cm가량 되었다.

그 꽃향기가 대단하다는데...

 

드디어 꽃이 폈다. 집안 가득 행운목 향기가 가득 찼다.

행운목은 오후 늦게 꽃이 열리기 시작하고 대단한 향기를 내뿜지만, 새벽이면 꽃망울을 모두 닫는다.

그 어마어마한 향기도 자취없이 사라진다. 참으로 신기하다.

 

그 생김새나 향기는 산세베리아 꽃과 유사하다. 물론 행운목 꽃이 훨씬 향이 진하다. 머리가 어질어질할 정도라 종종 환기를 시켜야 한다.

꽃을 활짝 피워 향기를 펼쳐지고 다시 닫고 향기도 말끔히 지우는 신묘한 꽃잔치는 아쉽게도 4-5일만에 끝난다.

행운목 꽃은 그 생김새도 귀하고 본성이 귀한 꽃이라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기대된다.

드물고 귀한 잔치... 늘 감사하다.

   4월

 

                         오세영

 

언제 우뢰 소리 그쳤던가,
문득 내다보면
4월이 거기 있어라.
우르르 우르르
빈 가슴 울리던 격정은 자고
언제 먹구름 개었던가.
문득 내다보면
푸르게 빛나는 강물,
4월은 거기 있어라.
젊은 날은 또 얼마나 괴로웠던가.
열병의 뜨거운 입술이
꽃잎으로 벙그는 4월.
눈 뜨면 문득
너는 한 송이 목련인 것을,
누가 이별을 서럽다고 했던가.
우르르 우르르 빈 가슴 울리던 격정은 자고
돌아보면 문득
사방은 눈부시게 푸르른 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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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시인, 자연의 시인 오세영님의 시입니다.

4월이 격정적인 것은, 열광적인 이유는 아마도

사방천지에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꽃들의 향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 화려한 잔치는 그리 오래가지 못합니다.

그리고 곧바로 시들어 지고, 흩어져 뿌려지는 꽃의 주검들...

그 화려하면서도 쓸쓸한 이별...

하지만 4월이 공허하지만은 않은 이유는

푸르러, 짙푸르러 우거져 숲을 이루는 綠蔭의

푸른 생명의 생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잎이 피고, 줄기가 굵어지며, 뿌리가 깊어져,

나무가 숲을 이루고 산을 이루게 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4월이 격정적인 것은, 열광적인 이유는

아마도 이제 곧 시작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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