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은 따뜻하다


                                정호승


하늘에는 눈이 있다
두려워할 것은 없다
캄캄한 겨울
눈 내린 보리밭길을 걸어가다가
새벽이 지나지 않고 밤이 올 때
내 가난의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나에게
진리의 때는 이미 늦었으나
내가 용서라고 부르던 것들은
모든 거짓이었으나
북풍이 지나간 새벽거리를 걸으며
새벽이 지나지 않고 또 밤이 올 때
내 죽음의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

가끔은 시 한 편 읽어 보기도 만만치 않다.

여유란 가지려고 갖게되는 것은 아니지만 결코 주어지지도 않는 듯 하다.

마음의 여유, 시간의 여유...

그냥 '짬' 이라고 해야겠다.

그렇게 잠깐 짬을 내서 이 시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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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걷고,
비가오면 빗 길을 걸어라.
갈대숲에 검은 가슴 도요새도 너를 보고있다.
가끔은 하나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무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을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

거리에 인적도 드물어진 시간,
가슴이 먹먹해져 밖으로 나왔다.


비마저 추적추적 내리는 길을
그 비를 다 맞고 한참을 걸었다.


얼마나 걸었으며, 또 얼마나 걸어야 할까...
어디까지 가야하며, 왜 걷고 있는가...


울지마라...

그래, 외로우니까 사람이지.
사람이니까 외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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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라고 노래하는,
'인생이 술 한잔 사주지 않는다' 고 투덜대는 그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그늘이 있고, 눈물이 있어야 한단다.
눈물없는 사랑이 없고, 그늘이 있어야 넉넉함이 있단다.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 준 일이 있는가?
내 사랑을 넉넉히 안아준 일이 있는가


반성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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