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길
 

                  정호승

 
제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

사방은 칠흑같은 어둠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텅 빈 공간의 고요
차가운 핸들에 엎드려
가슴치며 울었던
마치 물안개 번지듯
봄 비 오시던 날.


샤워기 물소리,
북받치는 울음을 참는 구역질 소리,
물 흐르는 소리,
자동차 경적소리,
곁을 스쳐가는 차가 일으킨 바람소리...


어지러이 사방으로 번지던 소리가
커다란 배수구로 빨려 내려가듯 후룩!
일순간, 사라졌다.


흠뻑 젖은 차 창에 빼곡히 맺힌
눈물, 눈물, 눈물
창을 타고 빗줄기 한 줄기
주룩 흘러내릴 때,
동시에,
내 관자놀이를 타고
생살을 찢어낼 듯 예리하게
흘러내리는 싸늘한 땀방울


이 순간!

살아있다.

물안개 번지듯
봄 비 오시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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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길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

 

먼 길 저편

안개 자욱하게 내린 끝에서...

아득히 누군가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다가올 듯, 다가오지 않고

멀어질 듯, 멀어지지 않는

사라질 듯, 사라지지 않는

아지랑이처럼

안개 속 저 편

먼 길 끝에서...

누군가가 어른거린다.

오늘도

봄 기운이 따뜻하여

나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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