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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영... 4월
4월
오세영
언제 우뢰 소리 그쳤던가,
문득 내다보면
4월이 거기 있어라.
우르르 우르르
빈 가슴 울리던 격정은 자고
언제 먹구름 개었던가.
문득 내다보면
푸르게 빛나는 강물,
4월은 거기 있어라.
젊은 날은 또 얼마나 괴로웠던가.
열병의 뜨거운 입술이
꽃잎으로 벙그는 4월.
눈 뜨면 문득
너는 한 송이 목련인 것을,
누가 이별을 서럽다고 했던가.
우르르 우르르 빈 가슴 울리던 격정은 자고
돌아보면 문득
사방은 눈부시게 푸르른 강물.
...............................................................
꽃의 시인, 자연의 시인 오세영님의 시입니다.
4월이 격정적인 것은, 열광적인 이유는 아마도
사방천지에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꽃들의 향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 화려한 잔치는 그리 오래가지 못합니다.
그리고 곧바로 시들어 지고, 흩어져 뿌려지는 꽃의 주검들...
그 화려하면서도 쓸쓸한 이별...
하지만 4월이 공허하지만은 않은 이유는
푸르러, 짙푸르러 우거져 숲을 이루는 綠蔭의
푸른 생명의 생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잎이 피고, 줄기가 굵어지며, 뿌리가 깊어져,
나무가 숲을 이루고 산을 이루게 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4월이 격정적인 것은, 열광적인 이유는
아마도 이제 곧 시작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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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아지랑이
도종환....꽃소식
꽃소식
도종환
날이 풀리면 한번 내려오겠다곤 했지만
햇살 좋은 날 오후 느닷없이 나타나는 바람에
물 묻은 손 바지춤에 문지르며
반가움에 어쩔 줄 몰라하듯
나 화사하게 웃으며 나타난 살구꽃 앞에 섰네
헝클어진 머리 빗지도 않았는데
흙 묻고 먼지 묻은 손 털지도 않았는데
해맑은 얼굴로 소리 없이 웃으며
기다리던 그이 문 앞에 와 서 있듯
백목련 배시시 피어 내 앞에 서 있네
몇 달째 소식 없어 보고 싶던 제자들
한꺼번에 몰려와 재잘대는 날
내 더 철없이 들떠서 떠들어쌓는 날
그날 그 들뜬 목소리들처럼
언덕 아래 개나리꽃 왁자하게 피었네
나는 아직 아무 준비도 못 했는데
어어 이 일을 어쩌나
이렇게 갑자기 몰려오면 어쩌나
개나리꽃 목련꽃 살구꽃
이렇게 몰려오면 어쩌나
..........................................................................
남녘에서의 꽃소식에 마음이 서둡니다.
바알갛고, 하얗고, 노랗게 펼쳐질 꽃잔치를 준비하려면
손도 씻고, 머리도 감고, 세수도 해야하는데
눈도 씻고, 마음도 닦고, 옷도 갈아입어야 하는데...
이렇게 몰려오면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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