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가 먹고 싶다
이상국
국수가 먹고 싶다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끊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을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
헤어지기도 늦은 시간
오늘따라 술 기운이 얼큰하게 오른다.
세상에는 둘도 없는 친구와 함께 어깨를 곁고
유행가도 부르고, 군가도 부르고
흔들거리며, 비틀거리며, 위태롭게 세상 가운데를 가로질러 걷는다.
우리를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을 피해
다시 포장마차에 앉았다.
딱 한 잔만 더 마시기로 했다.
우리 상태를 한 눈에 파악하는 노련한 아주머니
참이슬 한 병 대신
따끈한 국물에 국수 한사발을 들이민다.
이유없는 눈물과 외로움까지 섞어
한사발 후루룩 마셔버리곤
계산도 뒤로 하고 다시 어깨동무를 한다.
조금 전보다는 덜 위태롭고
방금 전보다는 가벼워진 발걸음
우리 낳았을때도 국수를 먹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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