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噴水)


                     김춘수


1
발돋움하는 발돋움하는 너의 자세(姿勢)는
왜 이렇게
두 쪽으로 갈라져서 떨어져야 하는가,


그리움으로 하여
왜 너는 이렇게
산산히 부서져서 흩어져야 하는가.


2
모든 것을 바치고도
왜 나중에는
이 찢어지는 아픔만을
가져야 하는가,


네가 네 스스로에 보내는
이별(離別)의
이 안타까운 눈짓만을 가져야 하는가.


3
왜 너는
다른 것이 되어서는 안 되는가,


떨어져서 부서진 무수한 네가
왜 이런
선연한 무지개로
다시 솟아야만 하는가,
...............................................................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혔다.' 라는 말을 종종 한다.
이 '현실적인 문제' 라는 것이 아마도 먹고 사는 문제,

돈 문제, 학업, 연애, 가정문제, 인간관계, 직업 등등 다양한 삶의 문제일 것이다.
자신 혹은 그 주변에 관련되어 직접 와 닿은 문제라서 늘 어렵고 복잡하고 힘겹기만 하다.


바로 그 '현실적인 문제' 라고 하는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아주 명쾌한 방법이 있다.

의외로 아주 간단하다.


첫번째는 '생각하는 것'이다.
이 생각하는 것이라는 게 '보는 것'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 문제의 핵심이나 원인을 끌어내어 직접 보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말로 해도 좋고, 쓰거나 그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쨌든 그걸 보면서 생각해야 한다.


두번째 방법은 '움직이는 것'이다.
머리도 움직이고, 입도, 눈도, 손 발도 모두 움직이기 시작해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고,

문제를 해결해 낼 단서들을 찾을 수 있다.


이 두 방법은 물론 거의 동시에 지속적으로 행해져야 한다.
그리고 계속 수정 보완하면서 실천해야 한다.


지금 당장 문제를 생각해서 쓰고 그려보라.
그리고 움직이기 시작하라.
그런 당신 앞에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란 절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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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저녁의 시


                      김춘수


누가 죽어가나보다
차마 다 감을 수 없는 눈
반만 뜬 채
이 저녁
누가 죽어가는가 보다


살을 저미는 이세상 외롬 속에서
물 같이 흘러간 그 나날 속에서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
애터지게 부르면서 살아온
그 누가 죽어가는가 보다.


풀과 나무 그리고 산과 언덕
온누리 위에 스며 번진
가을의 저 슬픈 눈을 보아라.


정녕코 오늘 저녁은
비길 수 없이 정한 목숨이 하나
어디로 물 같이 흘러가 버리는가 보다.
....................................................................

우리가 세상에 나오는 순서는 있어도 떠나가는 순서가 없다.
부모, 자식, 삼촌, 조카, 선배, 후배, 형님, 동생...
사실, 이런 구별은 세상에 나온 순서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시간이 갈수록, 나이가 들수록 어린 아이나 노인 이빠지 듯,

자꾸만 빈 자리가 늘어 나온 순서가 무색하다.


우리 사는 동안
만나면 언젠가는 헤어지는 것이 너무 당연한데,
언제 가더라도 딱히 아쉬울 것도, 그리 안타까울 것도 없긴 한데...
그래도 영영 떠나고 나면
그 빈 자리의 공허함이 꽤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어찌됐든 헤어짐은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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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


국어 교과서에 실려서 열심히 밑줄 쫘악... 해가면서 배우고 외웠던 시죠?

넓게 보면 자아성찰의 시, 좀 좁은 의미로 파악한다면 연시(戀詩)의 대표격인 시입니다.

 

사람이 사랑을 한다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존재의 발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삶의 이유도 바로 자아를 발견하고자 하는 것이겠지요.

자아를 성취하고 실현하지는 못하더라도 말입니다... ^^

그리보면 자아성찰과 사랑은 그리 멀지 않군요...^^...

사랑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사랑을 통해 자신을 성찰하게 되는 것이로군요.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 '이름'...

 

다시 되뇌어도 참으로 의미심장한 말입니다.

지금 당신은 누구의 이름을 부르시렵니까?

그리고 지금 당신은 그 누구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 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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