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잔

 

                  정호승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겨울밤 막다른 골목 끝 포장마차에서
빈 호주머니를 털털 털어
나는 몇 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인생은 나를 위해 단 한번도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눈이 내리는 날에도
돌연꽃 소리없이 피었다
지는 날에도
.................................................................

이번 겨울은 왜 이리 추운거냐?


말도 안되는 섭씨 영하 15도, 영하 18도가 며칠 째 계속 된다.
한강 물도 다 얼었고,
10여일째 쌓인 눈은 그대로 얼어붙어 빙판이 되었다.
하기사 어디 얼어붙은 것이 날씨뿐인가?


경제도 얼어붙었고, 정치도 얼어붙었다.
사회도 얼어붙었고, 문화도 얼어붙었다.
시장도 얼어붙었고, 공장도 얼어붙었다.
굳이 따지고 보면, 겨울나기 준비를 제대로 못한 탓이다.


겨울 오기 전에
이불 빨래도 미리 해 두고,
옷장 정리도 미리 해 뒀어야 했다.
쌀도 넉넉히 사 두고,
장작도 열심히 패서 쌓아 뒀어야 했다.
문틈도 막아 두고,
문짝도 단단히 달아뒀어야 했다.


이번 겨울은 왜 이리 추우냐고 할 일이 아니었다.

별들은 따뜻하다


                                정호승


하늘에는 눈이 있다
두려워할 것은 없다
캄캄한 겨울
눈 내린 보리밭길을 걸어가다가
새벽이 지나지 않고 밤이 올 때
내 가난의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나에게
진리의 때는 이미 늦었으나
내가 용서라고 부르던 것들은
모든 거짓이었으나
북풍이 지나간 새벽거리를 걸으며
새벽이 지나지 않고 또 밤이 올 때
내 죽음의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

가끔은 시 한 편 읽어 보기도 만만치 않다.

여유란 가지려고 갖게되는 것은 아니지만 결코 주어지지도 않는 듯 하다.

마음의 여유, 시간의 여유...

그냥 '짬' 이라고 해야겠다.

그렇게 잠깐 짬을 내서 이 시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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